“北 상황 절박… 손 내밀어야 움직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제23회 인촌기념강좌]카터 前美대통령이 본 ‘핵 보유 북한과 한반도 평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고려대에서 ‘핵 보유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제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가 김연아 선수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김 선수가 또 다른 메달(세계선수권대회)을 위해 연습 중이어서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웃었다. 김재명 기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고려대에서 ‘핵 보유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제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가 김연아 선수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김 선수가 또 다른 메달(세계선수권대회)을 위해 연습 중이어서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웃었다. 김재명 기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86)은 23일 “고립된 생활에 익숙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금수조치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파괴적인 전쟁을 피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인촌기념회와 고려대, 동아일보가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제23회 인촌기념강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의 6자회담 틀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와 별도로 북-미 직접 대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이런 대화에 한국 정부의 옵서버 참여를 요청한다면 북한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적인 형태의 3자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고려대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핵 보유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 북핵해결 어떻게
北, 美선제공격 우려 여전… 지금은 외교가 필요한 시기


○ 북핵문제 해결 방안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방북 때 김일성 주석이 원했던 것은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었다며 “강대국의 공격에 대한 위기감을 가진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에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라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이나 조약 체결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특히 “이런 모든 조치들이 북한의 비핵화에 필요하다면 (미국이 약속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거시적인 구상은 과거에도 합의했던 것인데, 왜 지금은 시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6자회담도 좋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변국이 아닌 미국과의 대화”라며 “북한은 모든 이슈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미국과) 하기를 원하는 만큼 제한 없는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반도 평화 방안
북-미 직접대화 꼭 필요… 한국 ‘옵서버’로 참여 바람직


○ 한국 및 북한과의 인연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결 구상은 과거 북한을 방문해 김 주석과 만나 대화를 나눔으로써 1차 핵 위기 해결에 기여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김 주석의 특사들이 직접 나의 방북을 요청했다”며 “당시 북한이 서울을 공격했다면 100만 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사망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방북 제의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주석과의 회동을 이렇게 회고했다. “김 주석은 미국이 북한에 현대적인 경수로를 지원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김 주석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의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내가 방문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김 주석이 사망했지만 그의 아들(김정일 국방위원장)로부터 약속 이행 서신을 받았고 그 후에 김 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핵 동결에 합의했다.”

○ 국제정세에서 핵문제의 중요성

카터 전 대통령은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핵 위협으로 △이란의 잠재적인 핵개발 △파키스탄 핵무기의 유출 △북한의 핵 위협 등 3가지를 거론했다. 그는 “현재 핵개발 역량을 가진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40여 개 국가”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핵을 보유한 나라가 9개(북한을 포함)라는 점이 고무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가장 우려할 만한 핵 위협으로 핵무기를 100여 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의 핵 확산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인도의 선제 핵 공격에 대비해 핵무기를 분산시켜 놓고 있다”며 “최근 알 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보유한 다량의 핵무기가 알 카에다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 세습후 전망
궁극적 권력 군부가 갖는 한 北 유연성 발휘할 여지 적어


○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강연을 마친 뒤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북한 핵실험 이후 줄어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금수조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징벌 조치가 정권보다는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최대한 많은 식량과 의약품을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북한 정권 후계구도와 한반도 정세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후계세습이 이뤄지더라도 한반도의 정세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젊은 아들(김정은)이 김 위원장과 다른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의 권력은 군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부가 권력을 갖고 있는 한 북한이 유연성을 발휘할 만한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24년 미국 조지아 주 플레인 스 출생
△조지아 공대, 미 해군사관학교
△1962년 조지아 주 상원의원 선출
△1971년 조지아 주지사
△1974년 의원 및 주지사 선거 위 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의장
△1976년 39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
△1977∼81년 대통령 재직
△1982년 에머리대 석좌교수, 카 터센터 설립
△1994년 평양 방문, 김일성 북 한주석과 회담
△2002년 노벨 평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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