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공약’ 펑펑… 뒷감당은 어떻게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여야 보육비-무상급식 선심… 후보들은 일자리-기업유치 호언

24일로 6·2지방선거를 70일 앞둔 가운데 각 정당과 주요 후보들이 정책 공약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간판으로 내세우는 공약은 주로 취약계층을 겨냥한 친(親)서민 정책이나 민생과 직결되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아 미숙성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야가 쏟아내는 공약은 장기적으로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 많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선심성 공약(空約)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방선거 ‘친서민’경쟁
與 ‘野 능가하는 공약’ 집착
정부 난색 표한 정책도 ‘부활’
후보도 툭하면 ‘10만 일자리’

포퓰리즘 결말은 씁쓸
재원 대책없는 급조 공약
‘무산 또는 사회갈등’ 불보듯
재정압박 일본 현실이 증명


배포 앞둔 지방선거 포스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2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둔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인쇄소에서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등장하는 선거 안내 포스터의 인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배포 앞둔 지방선거 포스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2지방선거를 70여 일 앞둔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인쇄소에서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등장하는 선거 안내 포스터의 인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은 국가의 영혼을 좀먹는 위험한 정치행위라는 것을 부정하는 정치집단은 없다. 포퓰리즘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원 배분 왜곡이 발생하고 국론이 분열돼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분한 재정 뒷받침 여력이 없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한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과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서민학생 무상급식+중산층 이하 보육비 지원’ 정책은 각각 연간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드는 사업들이다. 수혜 대상자가 정책의 부작용을 따져 표로 심판해야 하지만 문화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조차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을 외면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포퓰리즘 공약의 유혹은 그만큼 달콤하다.

일본 민주당이 아동복지 수당 확대, 농어촌 교부금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의 공약을 내걸고 집권한 뒤 엄청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 한나라당, 친서민 공약에 올인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친서민 공약을 쏟아낼 태세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이명박 정부 후반기 동력과 직결되는 만큼 선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구도를 ‘어느 정당이 더 좋은 서민과 중산층 정책을 내걸었느냐’에 맞춤으로써 야당이 노리는 ‘정권 심판론’ 공세를 무력화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당정이 18일 서민가정 자녀 전면 무상급식과 중산층 이하 보육비 전액 지원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로 EBS 교재 무상 지원과 학교 전기료 감면 혜택 등을 추진하는 것도 중산층 이하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23일 “중앙당에서는 보육과 교육정책을 포함한 서민복지 대책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 공약을 집중적으로 마련하고 16개 시도당에서 별도의 맞춤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친서민 공약을 실천할 재원 마련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18일 당정회의 과정에서도 정부 측은 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육비 및 유아교육비 지원 확대는 이 대통령의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검토하다 재정 부담 탓에 시행이 미뤄진 바 있다.

○ 후보들도 선심성 민생 공약 남발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들도 일자리 창출이나 보육정책 같은 민생공약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판세를 뒤집기 위해 급조한 선심성 공약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소속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허남식 시장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일자리창출본부를 구성하고 사회적 기업 210곳을 2013년까지 우선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7만98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선에 나서는 한나라당 김관용 경북지사는 22조 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일자리 22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당내 경선의 경쟁자인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일자리 30만 개 창출을 공약했다.

야당 출마자들도 일자리 공약은 빼놓지 않고 있다. 광주시장에 출마하는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문화투자진흥지구 지정 등 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소속 충남지사 예비후보인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권역별로 신성장산업을 육성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무소속 우근민 제주지사 예비후보는 화훼·농축산물 수출과 기업 유치, 종자산업 식품프랜차이즈 산업 등으로 일자리 1만5000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육 및 복지와 관련된 민생공약도 쏟아지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추진 방법 등 실현 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로 유력한 김문수 지사는 중산층의 보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가정 무한 돌봄이’ 제도를 제안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완주 전북지사는 주말과 저녁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나이트 케어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모든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을 만들어 공공보육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성균관대 안종범 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는 “모든 복지정책은 전달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지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예산 여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공약들이 정책 실효성과 재원 조달 가능성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전국종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