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수색작업 천안함까지 가는 밧줄 설치 격실 연결 통로 확보 안간힘 함수쪽에선 침실도 확인
29일 서해 백령도 인근 천안함 생존자 구조현장은 사흘 전 사고 당일의 높은 파도와 거센 풍랑은 간데없고 날씨는 화창했다. 파고는 1∼2m로 낮았고 미풍만 살짝 불었다. 기온도 섭씨 10도까지 올라 천안함 침몰 이후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했다.
○ 침몰 현장의 긴박한 구조 활동
이날 낮 12시 50분경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취재진을 태운 해군 함정이 사고 해역으로 출항했다. 그동안 높은 파도 탓에 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이날은 시속 40km로 빠르게 나갔다. 백령도 서남쪽 먼바다로 나가자 해군 고속정과 해경 경비정, 기뢰탐색함인 양양함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에서는 잠수함 초계용 링스헬기가 수색을 지원했다.
침몰 현장에 도착한 지 30여 분이 지나자 천안함 함미(艦尾)가 침몰돼 있는 수면 위로 빨간색 부표가 떠올랐다. 백령도 서남쪽 2.7km 지점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타고 있는 성남함, 3000t급 구조함인 광양함, 730t급 기뢰탐색함인 옹진함과 양양함, 3000t급 상륙함인 성인봉함이 반경 700여 m 안에 배치돼 부표를 에워싸고 있었다.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1만4000t급 독도함과 해경 함정 6척, 구조함 살보함을 포함한 미 해군 군함 4척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날씨는 맑았지만 수색 작업을 방해하던 빠른 조류는 그대로였다. 바닷속 조류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도 쉽게 잠수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수색작업 중이던 잠수요원 한 명은 잠수 중 이상 증세를 잠시 보여 구조함에서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해군 임명수 소령은 “대원들이 조류가 잦아드는 ‘정조’ 시간대에 맞춰 2명씩 10여 분 간격으로 물속에 들어가 수색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보트가 복귀할 수 있게 열어놓은 성인봉함 앞쪽 독에는 해군 장병 20여 명이 복귀하는 대원들을 도왔다. SSU 고무보트 7대도 바삐 움직이며 대원들을 옮겼다. 배에 오르는 대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지 않았다. 생존자를 찾지 못해서일 것이다. 임 소령은 “바닷속에서는 손목시계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시야 확보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구조작업에는 고무보트 30대, 고속고무단정 4대, 잠수요원 154명 등이 투입됐다. 향후 구조 시나리오 선체 복도따라 생존자 확인 격실 진입 못하면 구멍뚫어 실종자 갇힌 공간 산소공급
○ 어떻게 구조하나
이날 함수(艦首)와 함미를 확인한 군은 SSU 대원을 비롯한 잠수요원을 동원해 생존자 확인 작업을 벌였다. 잠수요원들은 가라앉은 천안함으로 잠수한 뒤 쇠망치로 실종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두드렸다. 하지만 배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군은 해상에서 두 동강 난 함수와 함미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색’을 설치했다. 인도색은 바다 위 구조함 등에서 침몰한 천안함까지 잇는 가는 끈으로 ‘길잡이’ 역할을 한다. SSU 대원을 비롯한 잠수요원들은 인도색을 따라 배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바닷속 시계가 나빠 수중랜턴을 켜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잠수요원들은 촉감에 의해 물체를 식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잠수요원들이 선체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더듬으며 확인했다. 함수 쪽에서 침실 같은 곳이 확인됐는데 원·상사실로 알고 있다”면서 “그곳에 있던 인원은 다 나온 것 같은데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생존 가능 데드라인으로 알려진 이날 오후 7시가 지났지만 군은 이날 늦은 밤까지 생존자를 찾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가능할 때까지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체 안 수색작업은 우선 실종자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격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통로가 확보돼 있을 경우 잠수요원들은 선체 내 복도를 따라 생존자 확인 작업을 펼친다. 해군 관계자는 “함미 부분이 순식간에 침몰한 점에 미뤄 승조원들이 격실문을 미처 닫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격실 진입은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실이 완전히 닫혀 진입이 어려울 경우에는 수중 산소용접기로 선체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군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실종자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산소통을 부착해 산소를 공급한다. 실제 이날 오후 8시 반경 천안함 함미 선체에 구멍을 뚫고 산소를 한 차례 주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가 발견되면 선상으로 끌어올려 긴급조치를 취한 뒤 헬기로 병원으로 옮기게 된다. 하지만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했을 경우 잠수요원들은 릴레이식으로 잠수를 이어가며 빠른 시간 내에 시신을 구조함 등으로 옮길 예정이다. 응급치료를 위해 군의관 5명이 현장에 대기하고 HH-47 후송헬기 2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함미 쪽에서 실종된 46명을 모두 발견하지 못할 경우 선체 다른 곳을 샅샅이 뒤지고 그래도 발견하지 못할 경우 배 외곽 탐색에 들어간다. 외곽 탐색까지 하게 될 경우 실종자 확인은 물론 인양 등 추후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를 모두 찾으면 인양에 들어간다. 1200t의 천안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거대한 크레인이 필요하다. 군은 2200t급 민간 해상크레인과 3000t급 바지선을 사고 해역으로 오도록 했다. 바지선은 31일, 해상크레인은 다음 달 3일 현장에 도착한다.
해상크레인과 바지선이 도착한 뒤 천안함의 격실을 밀폐하고 공기를 주입해 부력이 생겨 뜨면 예인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바지선에 실어 인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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