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놓고 군 당국이 기뢰 등에 의한 외부 폭발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외부 폭발로 밝혀지더라도 북한의 기뢰인지, 남한의 기뢰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만 천안함 침몰 당시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었다는 점도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① 천안함 내부 폭발은 왜 어렵나
해군 출신인 함정전문가 A 씨는 천안함의 내부 폭발이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기관조종실에 화재가 나면 불길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아래에 있는 유류탱크가 폭발하기 어렵다. 둘째, 기름증기는 밀폐된 파이프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불꽃이 닿기 어렵다. 셋째, 탄약고는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 넷째, 암초로 인한 균열로는 그렇게 빨리 침몰하지 않는다. 다섯째, 내부 승조원이 의도적으로 테러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낮다.
② 내부 폭발로는 두 동강 나기 어렵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김용환 교수는 “사고 사례나 관련 실험을 분석했을 때 함정 내부 기름증기 등의 폭발 사고로 1200t급 선박이 두 동강 나서 침몰한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신영식 교수는 “내부 폭발로는 국부 손상만 일어날 뿐 순식간에 배가 두 동강 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기뢰 접촉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책임연구위원은 “기뢰가 함정 아래의 일정 거리에서 폭발하면 순간적으로 커다란 공간이 생기고 이에 따라 함정이 두 동강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기뢰라면 남북 어느 쪽 것인가
해군 출신인 B 씨는 “해군이 기뢰 폭발시범, 기뢰 부설, 기뢰 탐지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지만 주로 경남 진해시 앞바다의 지정된 구역에서 실시한다”며 남한 기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북한이 6·25전쟁 때 설치한 기뢰일 가능성에 대해 “천안함이 침몰한 곳은 이전에도 고속정이나 어선이 다니던 길이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A 씨는 북한 항만에 부설한 방어기뢰가 흘러왔거나 북한 잠수정이 기뢰를 부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부유기뢰일 경우 국제법에 부설 24시간이 지나면 자폭하게 만들도록 규정돼 있어 북한의 국제법 위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B 씨는 “잠수정이 기뢰를 부설했다면 왜 1기만 부설했는지 의문이 들며 만약 부유기뢰라면 레이더에 감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개입을 입증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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