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복귀도 임박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김정일 이달초 방중 징후 곳곳서 포착

화폐개혁-외환통제 실패로 中경제지원 절실한 상황
‘외부 제재 압박’ 버티던 金도 ‘내부 민심 압박’엔 위기의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다면 이는 2008년 하반기 이후 쇠약해진 건강상태와 동선 노출에 따른 신변안전의 위험을 감수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화폐개혁 실패 등 안팎의 위기상황을 뚫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선 북한의 북핵 6자회담 복귀 여부에 집중돼 있다.

○6자회담 전향적 방침 나올까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곧바로 6자회담이 열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6자회담 재개에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를 만났을 때 경제 협조를 요청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 측에 ‘한반도 비핵화 유지에는 변함이 없고 6자회담 참여 등을 고려하겠다’는 정도의 진전된 언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북핵문제를 평화롭게 풀겠다’는 정도의 언급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참여가 비핵화 과정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기나긴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정부 당국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당국자는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최근 태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해제해야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고 6자회담에 들어와서는 평화협정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비핵화에 관심이 없는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더라도 평화협정 등 의제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딴소리를 하면서 회담 속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내부위기 돌파 위해 中 지원 노릴 듯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지원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30일 단행한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정책이 주민과 엘리트들의 반발로 사실상 실패하고 그 부작용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신변의 위험을 감수하고 중국을 방문한다면 그만큼 궁지에 몰려 있다는 뜻”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 등 외부의 압박은 그를 흔들지 못했을지라도 화폐개혁 이후의 내부적 압박은 그를 흔들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자들과 찍은 사진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민들을 안심시키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방북 때 약속한 신압록강 철교 부설과 2000만 달러 상당의 경제 지원 등 중국의 대북 지원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견된 방중’ 정말 실현될까

외교 소식통들의 관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3일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9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2차 회의가 있고 15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이어서 그전에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은 막상 그의 중국 행적이 확인되기까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2006년 8월에도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신의주까지 갔다가 돌연 취소한 사례가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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