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도 채 남지 않은 6·2지방선거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직격탄을 맞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여야 지도부는 이번 사건의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몰라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이번 사건이 대형 재난인 만큼 야권의 단골 구호인 ‘정권심판론’이 부각될 수 있지만 안보 문제인 만큼 거꾸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야권의 공격 이슈들이 빛바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7, 8, 9, 12일 진행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을, 여당은 국방장관 해임을 요구한 야당의 무책임함을 각각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4일 천안함 실종자 수색 현장인 서해 백령도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급히 취소했다. 수색작업에 참여한 쌍끌이 어선까지 침몰하는 어수선한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자칫 정치행보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군 당국의 수습 과정을 예의주시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달 중 단체장 후보를 모두 선출한다는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정치적 이벤트는 가능한 한 모두 취소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분위기가 급랭하면서 후보자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직까지 출마선언조차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28일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앞서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면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미 출사표를 낸 원희룡 나경원 의원 등은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 발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조심스럽게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일정에 주력하고 있다.
야권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4일 국회 현안브리핑에서 “진상 은폐가 도를 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보고하고 지휘책임이 있는 국방부 장차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보에 자신이 있다는 보수정권에서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사건원인에 대한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사건이 선거 내내 정부 여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미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상투적 비난을 자제하고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며 “철저하고 과학적인 진상 규명 이후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실종자 가족조차 대국적 측면에서 선체 인양을 요청한 마당에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일인 만큼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은 후속조치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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