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8합의문 초안’ 내세웠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관광재개 못하는건 南책임” 민간 사업자 상대로 교란작전
정부 “관광객 피격 진상규명 등 미흡… 합의한 사실 없어”

북한은 지난달 25∼31일 진행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 조사 과정에서 2월 8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때 자신들이 제시한 합의문 초안을 내세워 남측 민간사업자들에게 엉뚱한 홍보전을 폈다. 자신들이 남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음에도 남측 당국이 이를 무시한 채 금강산·개성관광의 재개를 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민간사업자는 지난달 25일 금강산에서 귀환한 뒤 “북측 조사단이 점심식사 자리에서 ‘(실무회담에서) 남측이 관광 재개를 위해 요구하는 조건을 문서화해줄 수 있다고 했는데 남측이 이를 거부했다’며 남한 당국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사업자들에게 A4용지 두 장에 북한 글씨체로 쓰인 4개항의 합의문 초안 원본을 복사해 나눠주기도 했다. 북측은 또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은 금강산 총격사건 현장에 대한 조사를 허용했지만 남측이 발포 군인까지 꼭 조사해야 한다며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사업자들은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업자는 “정부가 북측의 노력을 무시하고 관광 재개를 막고 있다”며 정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초안의 내용은 북측이 그동안 반복하던 내용을 재탕한 것으로 2008년 7월 11일 발생한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약속, 신변안전보장 제도화 등 우리 측이 요구하고 있는 3대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도저히 합의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측은 실무회담에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남측 조사단이 사고현장을 군 경계구역 밖에서 볼 수 있다고만 했다”며 “현장조사를 허락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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