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 목타는 與心… 韓風에 들뜬 野心… 50일후 民心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주춤했던 6·2지방선거의 열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13일로 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예정된 후보 공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현재 한나라당이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10곳, 민주당은 광주시장을 비롯한 7곳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각각 확정해 여야 대진표 윤곽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무죄 선고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함 침몰사건과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표심(票心)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6·2지방선거 구도를 뒤흔들고 있는 4대 관전 포인트를 점검해봤다.》
① 한명숙 바람 어디까지 불까
지지율 상승세… 反 MB전선 구축 촉각
별건수사엔 與 일각서도 반대 목소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불고 있는 ‘한풍(韓風·한명숙 바람)’의 향배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풍의 방향과 강도가 6·2지방선거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한풍에 주목하는 것은 한풍이 한 전 총리 출마가 유력한 서울시장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야권이 한 전 총리의 무죄 선고를 계기로 전국적인 ‘반MB(이명박 대통령)’ 전선 구축에 주력하고 한나라당도 한풍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1심 선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은 대체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은 10%포인트 가량 상승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격차가 한 자릿수대로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12일 “15%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유지돼야 안심할 수 있다”며 “상승 추세가 계속될지 반짝 상승에 그칠지는 주 후반에 다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일보의 10일 조사에서는 오 시장의 지지율이 52.9%로 한 전 총리와 20.9%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결국 현 시점에서 한풍의 위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주 후반이 돼봐야 상황이 파악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의 흐름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여야의 대응기조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한 전 총리를 겨냥한 검찰의 별건수사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2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묵인한 정치공작 사건”이라며 “이 대통령 스스로 별건수사를 중지하라고 검찰에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검찰의 별건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1심에서 무죄가 날 것 같으니까 또 하나를 찾겠다는 것은 검사로서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며 “증거가 있다면 지방선거가 끝난 뒤 당당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② 한나라 경남지사 공천 골머리
“자칫하단 김두관에 질 수 있다” 위기감
이달곤으로 가닥… 이방호 반발 부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경남도지사 공천 문제는 여권의 쉽지 않은 숙제다. 한나라당이 강세인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후보 중 12일까지 단수 확정을 못한 곳도 경남이 유일하다.

현 단계에선 이명박 정부 창출의 ‘공신’인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출마를 강행해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후보를 교통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이 전 총장에 대한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반감을 감안할 때 설령 이 전 총장이 경선에서 이겨도 여권 내부의 이반으로 무소속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의 내부사정을 간파하고 있는 김 전 장관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정서를 감안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채 무소속 출마를 고수하는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다. 여기에 친노(친노무현)의 상징인 문재인 변호사가 김 전 장관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은 야권이 무주공산인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승리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9일 경남의 경우 TV토론 이후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기로 한 것도 당의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경남도지사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장관이 이 전 총장을 8∼15%포인트 앞서고 있다.

중앙당 공심위의 결정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조직을 총괄한 이 전 총장과 선거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비례대표 출신의 이 전 장관이 경선할 경우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총장이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합의할 경우 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여권 내부에선 경선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경남도지사 공천 후유증이 오래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전 총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심위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부당한 결정을 했다”며 “지지자들과 상의한 뒤 13일경 공심위 결정을 따를 것인지를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③ 천안함-세종시 여론 향배는
침몰원인 조사결과 따라 전국 표심 영향
‘수면아래’ 세종시 갈등도 여전히 큰 변수


지난달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도 표심(票心)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12일 천안함의 함미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인양작업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침몰 원인과 사후 대처 여부에 따라 여론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정부 공세의 포문을 열고 있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대정부 공세를 펴고 있다. 군 당국이 정보를 통제하고 사실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인 사건 수습에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의 적극적인 사고 수습으로 민심이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의 조사 결과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나오느냐다. 이르면 다음 달 초반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1차 조사 결과가 당장 지방선거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 연루설이 어느 정도 정황 증거와 함께 제시되면 ‘안보문제’가 국민적 이슈로 부상해 야권이 벼르는 ‘정권 심판론’은 빛이 바래는 한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천안함이 북한의 기뢰나 어뢰에 의해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천안함 사건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세종시 문제도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 있다.

여권 주변에선 한나라당 중진협의체로 넘어간 세종시 해법 도출이 쉽지 않아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지방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 기류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시 문제의 진앙인 충청권의 민심이 세종시 논쟁의 주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의 지지율이 차츰 상승하는 추세”라며 충청인을 상대로 세종시 수정의 정당성을 호소한다는 계획이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여전히 세종시 원안 고수 의견이 높다”며 반격에 나섰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④ 친노의 부활? 현실성 얼마나 있을까
유시민-안희정-이광재-김진표 출사표
추모 분위기 타고 동반약진할지 관심


“호남을 제외하고는 친노(친노무현) 벨트가 구축됐다.”

야권에서는 6·2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구도와 관련해 이 같은 해석이 많다. 21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친노 인사들이 대거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 실패와 비리 등으로 퇴장 위기에 몰렸던 친노 인사들이 정치권에서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한 전 총리와 함께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친노 인사는 12일 현재 12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무소속에 포진해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결정된 김진표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김 의원과 함께 야권 후보 연대 대상에 오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린 대표적 친노 인사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인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충남지사 후보로 결정됐다. 또 다른 측근으로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광재 의원은 강원도지사 출마 의사를 사실상 굳힌 상태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뛰고 있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기치로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도 친노계로 분류된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충북),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상 광주), 김충환 전 대통령업무혁신비서관(대구), 유성찬 전 환경관리공단 이사(경북)도 대표적 친노 인사들이다.

야권 진영은 다음 달 23일의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분위기를 확산시켜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미 ‘실패한 정권’으로 심판받은 인사들의 대규모 복귀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는 논리로 맞불을 놓을 생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지 못하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한 전 총리의 1심 판결에만 기대 친노 인사들로 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비판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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