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12일자로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대해 “한미 FTA 비준은 단순한 양국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해 이른 시일에 비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아시아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군사 면에서나 경제 면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미 FTA는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간의 통상규모)을 (모두) 합쳐도 한국과 중국 간의 통상 규모에 못 미친다. 앞으로도 점점 격차는 커질 것으로 본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갈 위험성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아직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단호하게 대처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 경제와 주민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처음으로 북한 정부가 주민들에게 실패한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2일 오전(현지 시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안내로 워싱턴 소재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하고 참전 용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6·25전쟁 발발 60주년인 점을 언급하며 “참전용사들의 노고와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미관계를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6·25전쟁 때부터 보관해오던 피 묻은 태극기를 주미 한국대사관에 기증해 화제를 모은 로버트 슬로트 씨(81)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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