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금지’ 법개정 무산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한나라 “오후 10시부터 금지”… 민주당선 “밤 12시부터”
헌재 판단 해석 전혀 달라… 현행법은 6월말 자동폐기

야간 집회·시위 규정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4월 임시국회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 개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집시법은 올해 6월 30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에 따라 집회와 시위의 허용 기준이 없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집시법이 자동 폐기되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며 “법 개정안을 4월 중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1일 만나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는 1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26일 소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커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집회·시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6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한 뒤 여야는 각기 법안을 내놨다.

한나라당 소속 조진형 행안위원장이 낸 법안은 옥외집회시위의 금지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바꿨다. 그러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법안은 ‘관할경찰관서의 장이 옥외 집회나 시위 중에 주거지역에서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뚜렷한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주택가나 학교 주변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야간집회시위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셈이다. 그나마 집회 금지 시간도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돼 있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헌재의 판단 취지에 대한 두 법안의 해석이 전혀 다르고 근본적으로 성격이 달라 절충안을 만들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의 정치적 계산도 서로 다르다.한나라당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따른 안보·치안공백을 막기 위해 법 처리가 다급한 상황이다. 반면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5월 23일)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반한나라당 정서를 결집할 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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