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안보 전문가 의견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개인적으로 연기 동감 美도 한국 분위기 잘알아”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2012년 4월 17일)을 연기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전작권 연기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적으로는 여러 우려가 있으며, 미국도 이런 국내 분위기를 잘 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전작권 전환 연기를 깊숙이 검토해 왔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사실상 합의를 이뤘지만 미국과의 외교적 신뢰 문제가 있는 만큼 지금 대외적으로 공식화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전했다.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원칙적 합의 이후 구체적인 합의를 위해 한국은 어떤 것들을 점검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2012년은 위험” vs “역량 충분”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 연기에 공감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달라진 안보환경’을 꼽았다. 전작권 전환 논의가 진행된 2005∼2007년과 달리 권력세습기를 맞은 북한의 불안정성과 불투명한 북한 핵문제 처리 전망이 한반도 안보상황에 여전히 돌발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현행 합의에 따른 전환 시점인 2012년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 실장은 “강성대국을 완성한다는 2012년에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면 취약한 초기 권력 기반 아래 모험주의적 (군사적)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한국군으로서는 정보수집 능력과 초기대응 능력 등을 원점부터 점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언젠가는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는 작전권이지만 북한과 마주한 우리 군의 독자적 작전역량을 따지지 않은 채 시한을 숫자로 못 박은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이라는 위상과 제한된 군사주권은 모순된다”며 “전작권은 예정대로 2012년에 넘겨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도 “전작권 전환을 연기할 만큼 전반적인 환경의 변화가 없었다”며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공고한 안보 공약이 거듭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전작권을 넘겨받더라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고 유사시 미군의 증원계획 등 방위약속은 이행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 “후속 논의는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야”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 연기 후속 논의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대 김태현 교수는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낼 때 북한의 오판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 한미 간 정책공조가 삐걱거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작권 전환 연기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상현 연구실장은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가 전작권 전환의 무기한 연기로 해석돼선 안 된다”며 “한국의 독자적 작전역량과 미국의 정보자산 제공 의지 등에 대한 종합 점검을 통해 적절한 시점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교수는 “연기 시한을 못 박지 말자”며 “1년 혹은 2년 단위로 한미 간 공동평가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 “전환 때까지 독자역량 강화 계속해야”
김성한 교수는 한국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요구하면서 치러야 할 추가부담을 걱정했다. 그는 “향후 구체적 논의과정이 우리 뜻대로 진행될 것이라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불필요한 국방비 추가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작권 전환 연기를 핑계로 그동안 추진해 온 역량강화 예산, 특히 전술지휘통제(C4I) 체제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교수는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다면’이라는 전제 아래 “이를 계기로 한국의 안보능력을 총점검하고, 남북한 군사능력을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교수는 전작권이 전환된 직후 유념해야 할 사안으로 한미 전력이 별도의 지휘를 받으면서 생기게 될 이원화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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