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금강산 왜 투자하나… 北 변화 기대 애초 틀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 황장엽 씨 인터뷰
간첩 2명 잡은건 큰 성과
양심적 국민 분개하지 않나
과거 정권은 안 잡았는지…

北‘아무개 처리하라’ 式으로
젊은 탈북자 위협하고 있어
남한내 앞잡이들이 문제

천안함 北소행 확인되면
동맹국들과 中에 알려야
재도발때 응징할 명분 생겨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23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단 대남 공세를 우리가 단결하고 동맹관계를 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를 살해하기 위해 남파된 북한 공작원 2명이 구속된 사실이 20일 알려진 이후 그가 언론에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훈구 기자  ☞ 사진 더 보기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23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단 대남 공세를 우리가 단결하고 동맹관계를 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를 살해하기 위해 남파된 북한 공작원 2명이 구속된 사실이 20일 알려진 이후 그가 언론에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훈구 기자 ☞ 사진 더 보기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87)는 23일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이 김정일의 정체를 옳게 이해하고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이 잘못됐음을 각성하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오후 서울 모처의 개인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또 그는 한국과 미국이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늦추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북한 민주화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로 매우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에서 남측의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경제가) 곤란하니까 남측이 투자한 것이라도 빼앗아 먹자고 하는 짓이다. 나는 과거에도 ‘왜 자꾸 개성과 금강산에 투자를 하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들어온다고 하던데, 거기에 속을 나라가 어디 있느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대그룹과 사인한 금강산관광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함부로 하건 말건 관심도 없다. 그들은 거기에서 이익을 보던 것이니까 위협하다가 다시 하자고 그럴 수도 있다. 그까짓 것에 왜 신경을 쓰나.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애초에 틀린 것이다. 당 조직과 국가안전보위부 조직이 빽빽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남 공세를 계속해 남측을 위협할 것 같다.

“김정일에게는 자랑할 것이 폭력밖에 없다. 돈이 있느냐, 뭐가 있느냐. 남측은 경제가 발전해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하는데 북한은 빌어먹는 처지다. 오로지 선군(先軍)사상이라는 폭력사상밖에 없다. 폭력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또 남한을 위협해 한국의 좌파세력을 고무하려는 것이다. 그런 얕은 수에 위협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북한의 공세를 우리 국민이 사상적으로 각성하고 과거의 대북정책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미국과 일본 등 동맹 및 우방국들과 함께 단결해서 대응하면 북한은 아무 존재도 아니다.”

―북한 민주화를 위한 활동으로 최근 미국과 일본을 다녀왔는데….

“갑자기 진행된 짧은 여행이었다. 마치 수학여행같이 많은 것을 배웠다. 전번(2003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과연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였다. 처음으로 미국 사람들이 나를 한국에서 온 손님으로 대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수준도 높고 입장도 정당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참 훌륭한 동맹자라고 다시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무엇을 느꼈나.

“북한에 있을 때 (일본에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보다 더 엄정한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못이었음을 알았다. 이 문제에 대해 1억2000만 전체가 단결해서 격분하고 완전히 통일된 견해를 가진 것을 확인했다. 일본 사람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사상 수준이 높고 따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미국과 일본의 풍광도 즐길 여유가 있었나.

“관광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에서는 지난번에 방문했던 국회의사당을 또 봤는데 벚꽃이 한창이었다. 일본과 서울 여의도의 벚꽃도 특색이 있었지만 미국은 대국답게 특색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관광을 거의 못했다. 경비(경호)가 대단했다.”

―북한이 내려보낸 공작원 2명이 잡힌 일로 많은 사람이 걱정을 했다.

“두 명을 보냈건, 100명을 보냈건 아무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전에도 더 많이 보냈겠지. (북한에 있을 때 공작하는 사람들이 남측을) ‘제집 드나들 듯 한다’고 했었다. 과거 정권은 이들을 붙잡지 않았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새 정권이 2명을 붙잡은 것은 큰 성과다. 김정일에게 큰 망신과 타격을 줬고 우리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교훈도 남겼다. 양심적인 모든 국민이 상당히 분개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다른 탈북자들도 위협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것 같다. 나야 다 산 사람이기 때문에 죽는 것이 무섭지 않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그놈(김정일)의 정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들이 젊은이들을 자꾸 노리는 것 같아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듣자하니 ‘누구를 처리해라’ 그런 식으로 (북한이) 지시를 하는 것 같다.”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을 사상적으로 각성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공작원을) 많이 내려 보내지는 못한다. 여기 있는 앞잡이들을 이용한다. 이들이 활동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을 각성시키는 것이 첫째고, 전문기관들이 이번처럼 붙들면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그를 대상(상대)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대상하나. 인민 300만 명을 굶겨 죽이고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어 정치 경제적 권한을 빼앗고 정신까지 앗아 노예로 만든 자를 무엇 때문에 상대하나. 기대를 걸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를 도와준 과거 정권 때문에 1990년대에 이미 죽었던 나라가 살아나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가만히 두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면 저절로 붕괴된다.”

―북한이 붕괴되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세뇌교육을 받아 제정신을 다 잃어버린 북한 주민들이 정신을 되찾을 수 있도록 민주주의 교양사업을 해야 한다. 수령절대주의로 사람들을 마비시킨 노동당을 해체하고 민주당을 만들어 민주주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고 큰 손실이다. 북한민주화위원회의 탈북자들도 큰 능력은 없지만 희생한 요원들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성금을 모아서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아픈 희생을 계기로 온 국민이 과거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해 각성하고 안보의식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결코 손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증명되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동맹국들, 그리고 중국 정부와 인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대의명분을 뚜렷하게 만들어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는 경우에는 중국에 통보하고 다른 동맹국들과 합의를 봐서 그땐 아주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것은 그동안 황 전 비서가 주장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대단히 잘한 일이다. 북한의 명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과 친선협조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북한에는 큰 타격이 된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북한을 중국식으로 개혁 개방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수잰 숄티 여사가 이끄는 북한자유연합이 서울에서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연다. 어떤 의미가 있나.

“아주 좋은 일이다. 김정일의 정체를 국민에게 알리고 사상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북한 민주화를 위한 기본 전략이고, 그 핵심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것이다. 인권 옹호에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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