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통일보다 바른 통일 원칙지켜… 정책 뒷받침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現 정부 2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
심포지엄 주최: 미래기획위원회 - 한국정치학회 - 한국경제학회 - 한국행정학회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 정부 2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 심포지엄에서 박원암 홍익대 교수(왼쪽)가 이명박 정부의 금융 및 경제정책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한국정치학회 등과 공동으로 개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을 이명박 정부의 성과로 평가했다. 왼쪽부터 박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조창욱 서강대 교수, 김인기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박영대 기자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 정부 2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 심포지엄에서 박원암 홍익대 교수(왼쪽)가 이명박 정부의 금융 및 경제정책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한국정치학회 등과 공동으로 개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을 이명박 정부의 성과로 평가했다. 왼쪽부터 박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조창욱 서강대 교수, 김인기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성인 홍익대 교수,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박영대 기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는 26일 한국정치학회(회장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경제학회(회장 안국신 중앙대 교수), 한국행정학회(회장 김태룡 상지대 교수)와 공동으로 ‘현 정부 2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 심포지엄을 열었다. 동아일보 후원으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국내 및 국제정치 △금융 및 경제운용 △지방자치 및 정부개혁 등 3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성과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확립, 국제무대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외교 실적 등을 꼽았다. 반면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드러난 국가 위기대응 시스템의 불안정성 개선, 고용 확대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 北 붕괴 ‘기다림의 전략’만으론 한계
개헌 일정마련에 만족하고 생활정치를

○ 대북정책 성과와 한계


이상헌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국제정치 부문 기조발표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성과로 △견고한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여건 개선 △국제적 리더십 강화 △대북 정책의 새로운 원칙 확립을 들었다. 한미동맹은 이 대통령 집권 첫해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21세기 전략동맹’ 합의,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동맹 공동비전’ 등을 통해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대북 정책에서는 ‘빠른 통일’보다는 ‘바른 통일’을 내세우며 원칙을 잘 유지한 것을 최대 수확으로 꼽았다. ‘햇볕정책’ 하에서 북에 끌려 다니던 양자 관계를 청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정책은 성과와 동시에 한계를 노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원칙이 섰으면 그 틀 안에서 유연성이 뒤따라야 하지만 지금은 원칙만 있고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도 움직이지 않는 ‘융통성의 결여’가 자주 나타났다”고 말했다. 매를 들 때와 다독일 때를 구분하라는 주문이다.

이 실장은 또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위기대응체제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북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재래식 군사력 위협을 간과한 결과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면 위대한 지도자로서의 업적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여기에는 핵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토론에 나선 김근식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는 “한미동맹 강화는 한중 및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외교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전략 수정을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고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기다림의 전략’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도 진상규명과 함께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는 평화체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개헌 추진보다 일상적 국정운영 집중해야

국내 정치에서는 집권 초반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친서민 중도 실용주의로 바꾸고 진보 진영이 소유물처럼 내세우던 ‘녹색 성장’을 보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점이 성과로 꼽혔다. 발제를 맡은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서민형 이미지 개발, 대외 분야의 실적 등이 국정 지지율을 50% 안팎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착상태에 빠진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 북한의 대남 공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미비 등 3대 현안이 현 정부의 정치적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향후 과제로 국정 모델을 ‘토의 민주주의’에 두고 정치권과의 상호 설득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정당이 이런 토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정당 내 분권화, 대중화, 생활정치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올해 하반기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개헌에 대해서는 “집권 후반기라는 점을 감안해 향후 개헌 일정을 명문화하는 방식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자원을 일상적인 국정운영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 지지율 상승에는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한 데 따른 반사이익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야당이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여당이 주요 어젠다를 선점했다”며 “여야 간 정책경쟁이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 및 충청권 민심 설득이 선행되지 않은 준비 없는 대안이었다”며 “현 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성균관대 김비환 교수는 “위기와 안전관리를 위해 보수적 멘털리티(정신)의 복권이 필요하다”며 “남은 임기에 관용과 공존공영, 신뢰에 바탕을 둔 최소한의 정의와 법의 지배가 실현되는 사회 구현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위기 극복 - 노사관계 재정립 성과
출구전략 시행때 한은 독립성 유지돼야

금융 및 경제운용 부문에서는 단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 정부의 최대 성과로 꼽혔다. 한국은 대규모 재정·통화 확대정책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표를 거뒀다. 또 위기에 더욱 취약한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정책 추진, 외자 유치를 위한 정부의 노력, 노사 관계 재정립 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 7% 성장과 300만 명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구호는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탓에 감세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가 채무를 300조 원에서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비정상적인 경제정책 운용 기조를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을 실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려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제발표를 한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핵심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장 기조를 유지하려는 정부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은 총재의 독립성 확보와 맥락이 닿아 있다.

토론자로 나온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보금자리주택, 대학생 학자금 지원 등은 포퓰리즘적”이라며 “복지 및 감세정책과 정부의 효율화가 동반 추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복지정책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경제부가 기획예산처를 흡수해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커졌다”며 경제부처 조직개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과제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수출 증가세 유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창출 능력이 높은 기업군을 파악하고, 이런 기업을 집중 육성하되,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은 점차 축소해 고용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 작은정부 실현 - 공공기관 개혁 긍정적
‘행정체제 자율통합 vs 획일적’ 엇갈려


정부개혁 부문에서는 △작은 정부 구현 △공공기관 개혁 △인사제도 개선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조직 체계는 올해 3월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바뀌는 등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2원·15부·2처·18청·3실의 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원·18부·4처·18청·4실이었다.

인사제도에서는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합해 조직관리와 인사 기능을 일원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처의 인사 자율권을 강화해 성과주의 인사제도 정착을 추구한 점이 성과로 꼽혔다.

정부개혁과 관련한 향후 과제로는 세계화 시대에 맞게 각 부처의 기능에서 국제 비중을 높이고 영어 등 외국어 자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지식경제부 산하에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공기업화하고, 한국전력의 발전(發電)자회사를 민영화하는 등 미처 손대지 못한 세부 과제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 교수는 “민간 전문가의 공직 진출을 늘리고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장차관급에만 해당하는 정무직을 차관보나 1급 실장에까지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딱 부러진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다만 자율통합 추진 과정에서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 언론인으로 구성된 자율통합지원위원회를 구성해 추진 단계마다 지역의 사정을 반영하고 자문을 한 점 등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대목으로 꼽혔다.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향후 과제로 “자율통합지원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의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며, 추후 지방분권, 교육자치, 지방정치인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합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간 경계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음에도 획일적으로 통합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치 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이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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