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오늘 방중 왜
천안함 궁지 탈출?
침몰원인 직접 해명으로
‘든든한 후원자’ 지지 확보
조사 발표前 실리 챙기기
뭐니뭐니 해도 경제?
화폐개혁후 민심 급속 악화
中에 경제적 도움 요청
김정은 승계도 협조 구할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임박한 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의심을 받고 있어 그동안 나돌던 김 위원장의 방중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북한, 천안함 선수치기?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는 것은 천안함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국과의 전통적 우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북한의 처지를 설명하고 중국의 외교적 협조를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여전히 지지해주길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후 주석과 만나 천안함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것이 북한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할 것이며 조사 결과를 사전에 알리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후 주석은 한국 측의 그런 노력을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과 국제조사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면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북-중 관계가 여전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기 전에 중국으로부터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 이로써 대내적으론 주민들에 대한 통치기반을 다지고 3남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이 김 위원장을 받아들이는 속내
2006년 중국방문 때 김정일과 후진타오 2006년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베이징의 중국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소를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이 왜 이 시점에 김 위원장을 부르는지도 관심거리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당초 좌초 상태인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면서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가 한없이 지체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이 구상하는 6자회담의 진전과 이를 통한 한반도 위기상황 관리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국은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불러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해명을 직접 듣고 동맹국으로서 대응책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상하이 엑스포 참석차 지난주 방중했지만 그를 통해 북한의 입장을 전해 듣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의 경제상황이 지난해 말 화폐개혁 이후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해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고 중국이 이를 수용해 방중이 이뤄지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중국으로서는 김 위원장과 우호적인 대화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천안함 사건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으로선 한국의 태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어떤 보따리 얻을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이번에 방중해도 어떤 결실을 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이후 4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개혁과 개방을 심화하는 계기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이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 화폐개혁이 실패한 뒤 ‘반(反)시장적인 외자 유치’ 노선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중국을 벤치마킹하는 개혁개방을 모색하는 대신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데 필요한 통치자금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의 방중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6자회담이 재개되기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당분간 6자회담 재개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천안함 사건 등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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