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사흘만에… 김정일 전격 訪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北-中 천안함 거래’ 우려… 김정은 동행 확인 안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중국을 방문함에 따라 한반도 안보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上海)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불과 사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천안함 침몰 사건 대응과 맞물려 남북 간의 치열한 ‘외교 고공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에 중국 지도부와 북핵 6자회담 복귀,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체제 구축 등 한반도 안보정세와 밀접한 굵직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국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에 대한 ‘공식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흘 전 한중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의 방중 얘기가 나왔느냐는 물음에 “중국에 그런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는 그 무렵 방중 가능성을 파악하고 예의주시해 왔으며 우리가 전달할 메시지는 (중국에)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등에선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국제무대 복귀를 위한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에 실망이고 우려스럽다”며 “중국 지도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우리나라의 분노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는 “한중 정상회담을 포함해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방침을 중국에 분명히 밝혀온 만큼 중국이 북한과 회담할 때 이를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밝힐 가능성에 대해 “6자 복귀는 중국에만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3일 오전 5시 20분(한국 시간 6시 20분)경 북-중 접경도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중조우의교(압록강 철교)를 지나 중국으로 들어갔다. 이 열차는 17량으로 이뤄졌으며 단둥 역에서 바퀴 교체 등을 위해 정차했다. 김 위원장은 열차에서 내려 자동차 편으로 3시간 40분을 달려 다롄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다롄을 방문한 것은 항구도시로 조선소 등이 많아 북한이 개발 중인 나진항 건설 계획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김 위원장이 다롄의 숙소인 푸리화(富麗華) 호텔을 나가고 들어가는 모습이 언론에 촬영됐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후 다롄 경제개발구의 조선소와 부두 등을 시찰했으며 저녁에는 중국 정부의 국빈관이 있는 다롄 앞바다의 작은 리조트 섬인 방추이(棒J) 섬으로 가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7위인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와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푸리화 호텔에서 숙박한 뒤 4일 오전 다롄을 출발해 베이징(北京)으로 이동해 중국 지도부와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둥·다롄=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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