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격 방중]“金, 왼쪽 다리 절어 수행원이 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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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철통보안 속 삼엄한 의전객차 창문 짙게 선팅한 17량 특급열차 단둥으로다롄 시내 호텔 입장 목격… 30 층 통째 빌려 스위트룸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다섯 번째인 이번 방중은 늘 그랬듯이 철저한 보안과 삼엄한 경비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건강상태를 볼 때 베이징(北京)만 짧게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방도시를 먼저 방문하는 등 예상외의 행보를 보였다.

○…3일 새벽 이뤄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앞서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인 단둥 일대에서는 철통같은 경계가 펼쳐졌다. 특별열차가 단둥 역에 도착하기 약 50분 전인 오전 4시 반경 경찰이 수백 명으로 갑작스럽게 불어나 단둥 역과 압록강변에 5∼10m 간격으로 촘촘하게 배치됐다. 강에는 경비정 몇 척이 나타나 특별열차가 지나가는 철교 주변을 집중 감시하기도 했다. 단둥 역 주변 도로 통행과 접근도 전면 금지됐다.

이에 앞서 단둥 일대 호텔들은 1일부터 공안이 배치돼 손님을 받지 못하고 기존 투숙객까지 내보내야 하는 등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인 기자 2명은 3일 0시 무렵 철교 주변을 살피다가 경찰에 연행돼 2시간 동안 억류되기도 했다.

○…마침내 오전 5시 20분경 특별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이 열차는 객차 수가 17량으로 길게 꼬리를 물고 철교를 통과했다. 열차 창문은 내부 커튼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틴팅(선팅)돼 있었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예전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6, 7량으로 이뤄진 선발열차를 필두로 특급열차, 후발열차 등으로 나눠 들어왔다. 이번에는 특급열차의 객차 수가 17량이나 돼 선발열차 없이 바로 방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철도국은 특별열차를 위해 정기 열차편 운행을 조정하는 등 특별 대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급열차는 단둥 역에서 잠시 정차해 기관차만 교체한 뒤 김 위원장을 태우지 않고 떠났다.

○…김 위원장 일행이 이날 오전 10시 40분(한국 시간)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브랜드인 마이바흐 1대와 고급 세단 10여 대, 미니버스 12대, 군 경호차량을 비롯해 모두 40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다롄(大連) 시내 중심에 있는 푸리화(富麗華)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앰뷸런스 1대가 뒤를 따랐다. 일본 NHK TV는 인민복과 검은 선글라스 차림의 김 위원장이 호텔 입구에서 경호원 및 수행원들과 검은색 고급 차량 사이로 나타나는 장면을 방영했다. 수행원 중에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최태복 노동당 비서도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니혼TV는 김 위원장이 다롄에서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호텔로 보이는 건물을 나갔다 들어오는 장면을 유리창 너머로 찍은 장면을 방영하면서 “김 위원장이 왼쪽 다리를 끄는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김 위원장이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호텔을 나설 때 한쪽 다리를 절면서 걸었고 오른쪽에서 수행원이 부축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은 이 호텔의 30층짜리 서관을 통째로 빌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 위원장은 이 호텔 꼭대기 층 700m² 규모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열차가 단둥에서 랴오양을 거쳐 다롄 부근의 진저우로 간 반면에 김 위원장 등 일행은 북한에서 넘어온 고급 승용차 등에 나눠 타고 단둥∼다롄 고속도로를 이용해 3, 4시간에 걸쳐 다롄 시내로 왔다. 이는 단둥∼다롄 일부 구간의 철로가 없어 특별열차로 이동할 경우 멀리 돌아야 하므로 늦으면 10시간, 빨라도 7, 8시간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4일 차량으로 진저우까지 이동한 뒤 특별열차로 갈아타고 베이징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롄에서 베이징까지는 927km로 기차로 이동하는 경우 10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다.

단둥·다롄=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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