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3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반도선진화재단 회의실에서 ‘천안함 사건의 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천안함 침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은 3일 오전 9시 반부터 ‘천안함 사건의 교훈과 과제’를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 한반도선진화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확인될 경우 정부와 군, 국민의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한광수 전 해군 제1함대사령관, 최명상 전 공군대 총장,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최종철 국방대 교수, 손태규 단국대 교수 등이 2시간 50분 동안 발표와 토론을 했다. 사회는 김용호 인하대 교수가 맡았다. 좌담회에서 나온 대응방안을 △군사적 대응 △비군사적 대응 △군 체제 정비 △안보의식 정비 등 네 분야로 나눠 소개한다. [군사적 대응]“보복응징 결의 보여야”… “국제법 위반” 반론도
일부 토론자는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이 명백하다면 전면전을 각오한 군사적 보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광수 전 사령관은 “유사시 전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보복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전면전 상황이 발생하면 한반도에서 김정일 체제의 뿌리를 뽑아 영구적인 평화를 만든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며 “북한 군함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면 가차 없이 격파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승주 센터장도 “북한의 연루가 확실할 경우 군사적 보복과 응징 가능성에 대해 국가적 결의가 필요하다”며 “군은 대통령이 어떤 임무를 내리더라도 이를 실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 북한이 도발하면 몇십 배의 피해가 온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철 교수는 “응징보복은 국제법 위반이고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 체제 아래에서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안타깝게도 군사적 보복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1회성 보복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보복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접적인 군사적 보복이 아닌 대북 무력시위나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의 이견이 없었다.
최 교수는 “미국이 동의하는 경우 팀스피릿 훈련을 재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명상 전 총장은 “한미 정상이 군사적 결단을 내려 북한에 한미동맹이 긴밀함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연합군이 항모전단을 전진배치하거나 미국이 지원전력을 증강하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며 “혹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센터장은 “군사적 보복이 불가능하다면 가능한 대응 방안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이라며 “최근 북한은 주민의 충성심 이완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북 심리전을 재개한다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군사적 대응]“G20서 北만행 폭로… 개성공단 철수도 고려해야”
토론자들은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방안에 의견을 같이했다.
최명상 전 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만행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국제적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가 더는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승주 센터장은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은 명백하게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군사정전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며 “(이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전위에서 한국과 미국이 사건의 원인과 대응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철 교수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한-미-중 3자 회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올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의 만행을 폭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전 총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2012년으로 예정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을 연기해야 한다”며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미연합사령부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단절을 통한 대북 압박 카드로는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금지, 개성공단 자진 철수 방안 등이 거론됐다. 한광수 전 사령관은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전면 금지시키고 금강산에서처럼 쫓겨나지 말고 개성공단에서 자진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체제 개편]“군령-군정 이원화 해결 시급… 통합군 정책 재고를”
한국군의 군령(작전 총괄)-군정(인사 군수 등 부대 관리) 이원화, 합동참모본부의 작전수행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군 당국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것도 합참의장이 군령을 행사하고 각 군 참모총장이 군정을 행사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한광수 전 사령관은 “천안함 침몰 현장에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나와 있었고 희생자 수색에 나섰다가 침몰한 98금양호 선원 합동분향소를 찾은 사람도 김 총장이었다”며 “작전지휘 계선에 없는 김 총장이 현실적으로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총장이 작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참의장이 각 군 작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우리 군이 아직 국지적 통합작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아예 통합군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잘못됐다. 오히려 각 군 총장의 지휘기능을 없앤 것이 옳았는지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합참의장이 작전지휘를 하면서도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분명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전시에 합참의 작전수행 능력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손태규 교수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합참의장이 국민 앞에 나선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종철 교수는 “합참의 해·공군 참여 비율이 육군에 비해 낮다”며 “합참에 근무하지 않은 군인이 합참의장이 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전 사령관은 “대양해군 건설이 천안함 사태를 불러온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며 “북한의 위협을 고려해야 하지만 대북 중심으로만 해군력을 건설하면 언젠가 북한 위협이 사라진 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전력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북한의 저강도 전쟁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시스템 정비]“美 9·11처럼 느슨해진 안보의식에 경종 울린 것”
천안함 침몰 사건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 국민과 언론 등 국가구성원 모두가 안보의식으로 무장하고 북한의 도발 대응 시스템을 고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토론자들은 지적했다.
손태규 교수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은 2001년 9·11테러를 당한 미국 지도부와는 달리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건의 본질을 규정하지 못했으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통합시키는 데 실패해 국민들의 ‘연민 피로증’만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백승주 센터장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역할도 불분명했다”며 “외교안보 업무와 국가위기관리 업무를 겸직하는 현재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철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했던 것이라고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만이 아니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부활하는 등 대북문제의 컨트롤 타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청와대 내에 국가안보회의체를 신설하는 등의 시스템 구축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며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건은 미국의 9·11테러와 같이 안이한 국민 안보의식에 울린 경종과 같은 것”
이라며 “이 소리를 듣고도 일어나지 않으면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0% 정도로 나타났다”며 “대통령도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안보의식을 가진 국민이 60∼70%는 돼야 정부가 안보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언론도 안보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국익에 보탬이 되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손 교수는 “전직 군 최고위급 간부 출신이 이번 사건 원인이 (군) 내부에 있다고 발언하고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가 하면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언론은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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