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치, 감당할수 있는 한계… 한해 100억 이상 조합비 쓰는 귀족노조에 ‘후원금’ 못바쳐”
정두언 “벌금 무는데 동참”
조전혁 격려하는 정두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해 법원에서 하루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왼쪽)이 3일 국회에서 “4일 오후 11시경 명단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려 하자 정두언 의원이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전교조와의 ‘돈 전투’에서는 일단 졌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전교조와의 큰 싸움이 시작됐다. 국민의 알 권리 하나 지켜드리지 못하면 그것이 국회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 소속 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조전혁 의원이 4일 오후 11시를 전후해 명단을 내리기로 했다. 조 의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외환위기 때 빚보증으로 봉급을 차압당해 고생한 아내를 공포감으로 시달리게 하는 것은 지아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개시한을 4일 밤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1억2000∼1억5000만 원 정도인 내 실제 재산을 고려할 때 책임질 수 있는 한계”라고 밝혔다. 그는 결정문을 송달받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나흘 동안 전교조에 무려 1억2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빚더미’ 벗고 장기전 위한 실리 선택
조 의원이 서울남부지법의 이행강제금 결정이 나온 뒤 일주일 만에 명단을 내리기로 한 것은 명분보다는 현실을 택한 행동으로 보인다. 조 의원이 교원단체 명단을 게재한 것은 지난달 19일로 그 후 약 보름 동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볼 수 있었고 자료를 옮겨놓은 개인 홈페이지나, 언론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명단이 전파될 만큼 전파됐다.
게다가 명단 공개에 동참한 김효재 의원 등 10여 명의 한나라당 의원은 법원의 제재가 있을 때까지 명단을 계속 공개키로 했다. 전교조가 김 의원 등의 명단 공개를 중단시키려면 이들을 상대로 별도의 가처분 소송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조 의원이 명단을 내린다고 해서 그가 명분으로 내세운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조 의원 측의 판단이다.
또 명단 공개를 계속해 이행강제금이 나날이 불어간다면 한나라당이 전교조에 사실상 거액의 ‘후원금’을 주는 격이 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조 의원은 “한 해 100억 원이 넘는 조합비를 쓰고 있는 귀족노조에 (돈을) ‘바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이 “조 의원이 벌금을 무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히는 등 동료 의원들이 “짐을 나눠 지겠다”고 나서는 상황도 조 의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섯 건의 소송 법적 절차
조 의원은 앞으로 전교조 명단 공개와 관련해 내놓은 5건의 소송으로 ‘장기전’에 들어간다. 헌법재판소에 2건(서울남부지법의 명단공개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3000만 원 이행강제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법원엔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및 즉시항고, 이행강제금에 대한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 상태다.
헌재와 법원에서 잇달아 날 판결과 결정은 국회의원과 법원 간의 권한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조 의원에게 부과된 이행강제금의 반환 가능성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의원은 “일단 친척, 친지로부터 빌린 돈으로 수천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말했지만 조 의원의 변호를 맞은 이재교 변호사는 “헌재,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난 뒤에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 단체도 명단 공개 참여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등 보수 성향 교육단체 7곳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학기술부에 교원단체 및 노조 명단 공개를 요청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판결은 교육 수요자이자 납세자인 학부모의 알 권리는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원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명단 공개 찬성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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