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특수전 등 비대칭전력에 대한 우리의 대비태세가 확고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군 당국이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응할 군사력 보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침투나 국지 도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점을 인정하고 군사력 건설 방향을 재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비대칭전력은 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핵, 미사일, 화학무기, 특수부대, 사이버전력, 잠수함 등을 뜻한다. 북한은 잠수함 70여 척과 특수전 병력 18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잠수함이 10여 척에 불과하고 특수전 병력도 북한의 절반에 못 미친다. 특히 전방 부대에 기갑전력을 갖추지 않고 신속하게 우리의 후방에 투입할 수 있는 경보병 사단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분계선 인근에 배치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350여 문도 수도권을 위협하는 비대칭전력이다.
한국군은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응해 지대지 유도탄과 K-9 자주포, 합동직격탄(JDAM) 같은 정밀유도무기를 늘리고 있다. F-15K 전투기에 장착해 370여 km 떨어진 핵시설,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핵무기, 미사일,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대응 단계를 감시-정찰-정밀타격-요격-방호로 세분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김 장관은 해군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기, 레이더기지의 통합 운영 개념을 발전시키고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보고했다. 또 북한의 특수전부대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형 헬기 도입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첨단 군사력 건설을 제시한 국방개혁 2020의 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김희상 전 국가비상계획위원장은 “북한 비대칭전력의 후방 침투를 고려하지 않은 육군 병력 감축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비대칭전력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도 중요하지만 군사력 증강 방향이 일방적으로 그쪽으로 흐를 경우 장기적으로 주변국 전력에 대응할 군사력 증강이 요원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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