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訪中동행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中대외연락부 간부 “4일 다롄 시찰”
이르면 5일 北-中 정상회담

“세자 책봉 받는 것처럼 비칠라”
김정은, 얼굴 노출 가능성은 낮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후계자로 내정된 3남 김정은의 동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한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중 이틀째인 4일에도 김정은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 관여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인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정은을 대동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4일 다롄(大連)의 개발구를 시찰했다는 것. 다만 이날 오전 개발구를 방문한 김 위원장과 함께 움직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 측은 중국 정부에 방문단 명단을 통보할 때 김정은의 이름을 명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의 동행은 단둥(丹東)에서 다롄 선양(瀋陽)까지의 경호를 책임진 랴오닝(遼寧) 성 무장경찰과 보안국 관계자에게도 모두 사전에 통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방중 수행은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중련부가 맡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방중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방중 길에 김정은을 데리고 온 게 사실이라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직접 김정은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지도부에 소개함으로써 차제에 후계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정은이 방중 기간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신고’가 마치 봉건왕조 시절 ‘세자 책봉’을 받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계의 언론 매체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어 언제 어디서 외부에 노출될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김정은을 동행했다면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데다 최근엔 신장 투석까지 하는 등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후계자 문제에 조급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다롄의 숙소인 푸리화(富麗華)호텔을 출입하면서 왼발을 마치 끌고 가는 듯한 걸음걸이를 보였다. 2006년 중국 방문 때와는 확연히 다른 건강 상태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3일 단둥에서의 영접행사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3일 중국인권민주화운동 뉴스센터를 인용해 “영접행사에 참석한 단둥지역 관계자가 김정은의 모습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얼굴이 노출된 적이 없어 그를 아는 인사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이틀째인 4일 오후 6시 45분경 특별열차를 타고 랴오닝 성 다롄에서 베이징(北京)으로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5일 후 주석과 원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국 지도부와의 연쇄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복귀 등을 조건으로 중국의 경제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대북 경제지원과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지지 등을 대가로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롄=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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