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후계자로 내정된 3남 김정은의 동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한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중 이틀째인 4일에도 김정은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 관여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인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정은을 대동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4일 다롄(大連)의 개발구를 시찰했다는 것. 다만 이날 오전 개발구를 방문한 김 위원장과 함께 움직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 측은 중국 정부에 방문단 명단을 통보할 때 김정은의 이름을 명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의 동행은 단둥(丹東)에서 다롄 선양(瀋陽)까지의 경호를 책임진 랴오닝(遼寧) 성 무장경찰과 보안국 관계자에게도 모두 사전에 통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방중 수행은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중련부가 맡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방중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방중 길에 김정은을 데리고 온 게 사실이라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직접 김정은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지도부에 소개함으로써 차제에 후계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정은이 방중 기간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신고’가 마치 봉건왕조 시절 ‘세자 책봉’을 받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계의 언론 매체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어 언제 어디서 외부에 노출될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김정은을 동행했다면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데다 최근엔 신장 투석까지 하는 등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후계자 문제에 조급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다롄의 숙소인 푸리화(富麗華)호텔을 출입하면서 왼발을 마치 끌고 가는 듯한 걸음걸이를 보였다. 2006년 중국 방문 때와는 확연히 다른 건강 상태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3일 단둥에서의 영접행사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3일 중국인권민주화운동 뉴스센터를 인용해 “영접행사에 참석한 단둥지역 관계자가 김정은의 모습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얼굴이 노출된 적이 없어 그를 아는 인사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이틀째인 4일 오후 6시 45분경 특별열차를 타고 랴오닝 성 다롄에서 베이징(北京)으로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5일 후 주석과 원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국 지도부와의 연쇄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복귀 등을 조건으로 중국의 경제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대북 경제지원과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지지 등을 대가로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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