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北-中 정상회담 촉각
北 ‘6자 복귀’ - 中 ‘경제원조’ 주고받기 가능성
美, 中에 ‘北 도발말라’ 메시지 전달 요구說
한미 vs 北中 대결구도땐 한반도 안보 회오리
베이징 시내 지나는 김정일 일행 차량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5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의전차량 수십 대가 이날 오후 3시 반 경 베이징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창안제의 젠궈먼(建國門) 근처를 지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정부는 5일 오후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 주석의 4·30 한중 정상회담 후 불과 닷새 만에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이 향후 중국과 남북한 3국 관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먼저 “천안함 침몰 사건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밝힌 뒤 한국 정부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평가한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 후 주석의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이 우리 정부를 상당히 배려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었다.
정부는 그동안 정상회담을 비롯해 각종 외교채널, 당국자 발언을 통해 ‘선(先)천안함 조사, 후(後)6자회담 재개’ 기조를 중국 측에 전달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허를 찌르는 제안을 중국 측에 제시하고 중국이 이에 동조해 줄 경우 향후 한반도 안보정세가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정부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국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중국 측에 거듭 강조했던 것이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참모가 북한의 전격적인 6자회담 복귀 선언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설사 북한이 중국 측에 그런 의사를 전달한다 해도 나머지 회원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정부의 고민은 자칫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복귀 문제를 놓고 ‘한미 공조 대(對) 북-중 공조’의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 내에선 이번 북-중 회담에서 천안함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과연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은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측에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여부와 더불어 중국의 대북경협 및 경제원조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견해를 들으면서 대규모 식량 및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다소라도 진전된 입장을 표시하고 상당한 규모의 원조를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제재에 지난해 말 화폐개혁으로 인한 경제 파탄까지 겹친 데다 춘궁기까지 맞은 북한은 식량난이 극도로 악화돼 중국의 원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로 북-중 양국 외교 실무진이 사전에 합의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