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27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정책선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어 걱정입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장)는 6일 기자와 만나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임 교수는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manifesto·대국민 정책계약)연구회가 함께 진행하는 6·2지방선거 시도지사 후보 공약 검증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임 교수는 특히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낮은 데다가 일부 정당의 후보자들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선거일로부터 적어도 한 달 전에는 각 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어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본보가 주도한 후보 공약 검증작업에도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6년 지방선거 이후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매니페스토 운동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판치던 한국 정치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나.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책선거의 당위성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우리 정치문화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정책공약 개발을 등한시하는 후보자가 많다. 후보자의 정책공약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유권자가 많은 것도 문제다.”
지역연고-이념잣대 탈피해야
―매니페스토 운동의 정치적 의의를 꼽는다면….
“첫째, 유권자가 지역 연고나 무조건적인 이념 잣대 등 비합리적 기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사안을 놓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는 선거 후에 당선자가 자의적으로 국정·도정·시정을 이끌지 않도록 정책기조를 제공해주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되는 주요한 정책 이슈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실업문제 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해 지역경제 활성화, 공교육 강화나 무상급식 등 교육문제 등이 중요한 정책이슈가 될 것이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사안은 정책이슈로 진지하게 다뤄지기보다는 정치적 이슈로 지지 및 반대층을 각각 결속시키는 카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업-교육 주요 이슈 될듯
―본보와 매니페스토연구회의 공약 검증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나.
“공약 검증 지표는 공약의 실현가능성(Feasibility), 효율성(Efficiency), 호응성(Responsiveness), 장기적 비전(Vision), 합치성(Congruency)의 5가지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실현가능성은 헛된 장밋빛 공약이 아닌지를 보기 위한 것이고, 효율성은 공약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사회적으로나 큰 비용 지출이나 반발 없이 추진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 호응성은 일반 여론이나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에 부합해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장기적 비전은 미래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인지가 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합치성은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다른 정책체계와 정합성이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이번 공약 평가에 참가하는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장의 승리를 위해 선거책략에만 매달리지 말고 거시적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를 위한 정책개발에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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