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 수행자 명단에는 과거 네 차례와 달리 인민경제 향상의 책임을 맡은 내각 소속의 경제통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신 장거리로켓과 핵무기 등을 개발해 외국에 팔아온 혐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했던 주규창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동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전하면서 2000년 이후 2006년까지 과거 네 차례 방중 때보다 많은 12명의 수행원 명단을 공개했다. 보도에 적시된 소속은 노동당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군 3명, 내각 1명 순이다.
수행자 명단에 내각이나 당 소속의 경제통이 한 명도 없는 점은 2000년 이후 추진한 제한적인 개혁정책을 포기했지만 그렇다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복원하기도 여의치 않은 북한 경제의 답답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2004년 4월 3차 방중과 2006년 1월 4차 방중 때는 박봉주 내각총리가 김 위원장을 근접 수행하며 중국의 개혁개방 현장으로 안내했다. 4차 방중 때는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도 수행했다. 박 총리는 경제개혁의 실패, 박 부장은 화폐개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각각 2007년과 올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처음 수행한 주 부부장은 군수물자의 개발과 제조, 판매를 총지휘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과 원료를 조달하는 최고 책임자다. 그는 지난해 4월 5일 장거리로켓 발사를 지휘했고 4월 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국방위원에 발탁됐다. 유엔은 지난해 7월 16일 안보리 결의안 1874호 이행을 위한 북한 요인 제재 대상에 주 부부장을 넣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최종 리스트에서는 뺐다. 한 대북 소식통은 “주 부부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군수분야에서의 외자유치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도 이번 방중 수행자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인 그는 2008년 8월 하반기 이후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는 최측근이다. 그는 이번 수행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경호를 책임지는 한편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등을 중국 측에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장 부장은 방중 기간에 평양시 주택 건설에 중국 측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방중에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책임비서인 김평해와 태종수가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해당 지역에 있는 광산을 비롯한 자연자원과 신의주특별시 등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北매체 첫 보도, 정상회담 빼고 경제시찰만 어제 오전 이례적 신속보도 경제재건 노력 홍보 노린듯 ▼ 북한 언론매체들은 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그의 중국 경제현장 시찰 소식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중국 언론들이 이날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 부분을 보도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북한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7일 오전 9시경 중국 언론보다 1시간 정도 빠르게 1보를 전했다. 김 위원장이 2000년 처음 방중했을 때는 귀국 다음 날 오후 7시, 2001년에는 귀국일 오후 10시, 2004년에는 귀국 다음 날 오후 6시, 2006년에는 귀국일 오후 7시에 첫 보도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이번이 가장 빨랐다.
북한 매체들은 보도의 대부분을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톈진(天津) 방문 소식에 할애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다롄을 방문한 뒤 “(중국) 동북지역의 급속한 발전은 중국 당과 정부가 제시한 동북진흥전략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톈진이 몰라보게 전변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지도부는 김 위원장의 경제현장 시찰을 조명함으로써 경제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은 김 위원장의 과거 네 차례 방중 이후 첫 보도를 통해 가장 먼저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며 “이번 보도가 북-중 정상회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 규명 이전에는 북핵 6자회담을 열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중 정상회담과 6자회담 관련 부분을 강조해도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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