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조(中朝·중국과 북한) 간 전통적 우의는 양당과 양국, 양국 인민의 소중한 재산으로 중-조 우의를 시대와 함께 전진시키고 자손대대로 이어가는 것은 양측의 공통된 역사적 책임입니다.”(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양국의 윗세대 지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친히 일궈낸 조-중의 전통적 우의는 시대의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며, 시대의 변천이나 세대교체라는 이유로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은 말이다.
‘조-중의 전통적 우의’라는 말은 북한과 중국의 고위 지도자들이 서로 만날 때마다 의례적으로 교환하는 말이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후 주석이 직접 ‘자손대대로 이어가자(世代相傳)’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 역시 양국의 전통적 우의가 ‘시대의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고 시인한 뒤 ‘시대의 변천이나 세대교체’라는 단어를 적시하며 우의를 이어나가자고 강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지도부가 세대교체를 통해 바뀌든, 북한에서도 김 위원장 후계자가 최고 권력을 이어받든 서로 우의를 변치 말고 지속해나가자는 다짐인 셈이다.
이런 차이는 과거의 발언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후 주석은 2006년 1월 김 위원장의 4차 방중 때 “중-조 간 전통적 우의는 양당, 양국 및 양국 인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며, 중-조의 선린(善隣) 합작관계를 공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한 전략방향”이라고 말했을 뿐 ‘자손대대’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2004년, 2001년, 2000년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후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전통을 계승하자’ 등의 표현으로 양국 우의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2006년 회담 때는 “조-중 관계는 양국의 윗세대 지도자들이 직접 일궈놓은 것으로 새로운 형세 아래 한 걸음 더 발전돼 왔다”고 말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정부가 ‘(우의를) 자손대대로 이어가자’고 처음 말한 것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라는 점이다.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 정은이 부각된 점을 감안하면 양국 최고 지도자의 미묘한 표현 변화를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의 후계 구도를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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