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오세훈-한명숙 첫 토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吳 “전시행정 논란 시설, 서울의 명소될 것”
韓 “제주골프 큰 하자 아니지만 조심했어야”

吳 “천안함 北소행땐 제재” 韓 “가정 전제로 답변 위험”
임기중 대선 출마 질문엔 두 후보 모두 “그럴 일 없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을 갖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을 갖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 간의 첫 토론회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김진국) 주최로 열렸다. 두 후보는 천안함 침몰사건, 무상급식, 서울 도시경쟁력 문제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 주요 현안 여야 견해차 그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오 후보는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가 필요하다”며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국제사회의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안보문제를 가정을 전제로 답변한다는 건 위험천만하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답했다.

한 후보는 토론자가 “2002년 (여성부 장관 시절) 제2차 연평해전 희생 장병 영결식에 불참하고 이번 천안함 영결식에는 참석했는데 입장이 바뀐거냐”고 지적하자 “총리 때 방문해서 가족들을 만나 명복을 빌고 진정성을 갖고 마음을 전했다”고 답했다. 토론자가 “불참한 것 맞느냐”고 재차 묻자 한 후보는 머뭇거리다가 “못 갔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 논란에 대해 오 후보는 “생산과 소비활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자족도시가 될 수 있다”며 “수정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서울시민 60% 이상이 세종시 원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토론자의 지적에 대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철학을 전제로 봐야 한다. 수도권 공동화를 걱정하는데 문화복합시설 등을 만들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원안 고수 지지를 분명히 했다.

○ 무상급식 날선 공방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한 후보는 ‘전면 무상급식’을, 오 후보는 ‘선별 무상급식’을 각각 주장했다. 한 후보가 “한나라당 당적 시장이 있는 성남시도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하고 있고, 다른 지역도 약속하고 있다”고 하자 오 후보는 “여유 있는 계층의 자녀에게 (무상급식을 하느라) 쓸 돈을 공교육 시스템 강화에 써야 한다”고 맞섰다.

오 시장이 “한 후보가 총리 시절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무상급식 안건을 폐기처분하지 않았느냐.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는 삭감하더니 선거를 앞두고 공약한 이유가 뭐냐”고 따지자 한 후보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랬을 거라 생각하는데 기억이 없다”며 “찾아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 한 후보 대한통운 연루 의혹 부인

한 후보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의 관계에 대한 토론자의 질문에 “재판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졌는데 되풀이해야 하느냐”며 불편해했다. 한 후보는 “곽 사장이 제가 소속된 여성단체를 후원해 좋은 분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도 골프 리조트건은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아니냐는 질문에 한 후보는 “지인에게 가끔 여름휴가에 콘도를 빌렸는데, 그런 정도로 생각했지 대단히 도덕성의 하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이것이 밝혀지고 그런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서 조금 더 조심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후보는 골프실력과 관련한 진실을 묻는 질문에 “나는 평소 골프를 안 치지만 동생들은 친다. 휴가 때 가자고 해서 가끔 간 적은 있다. 동생 부부와 (골프장 리조트에) 가게 됐는데 별로 치지도 않고 산책하며 놀러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나가서 돈을 내려 하니 이미 계산이 되어있다며 안 받더라. 그게 30만 원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든 냈어야 했는데 30만 원 때문에 대납이라는 딱지가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총리 시절 평일 골프숍에서 모자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곽 사장이 ‘잠깐 들를 곳이 있다’고 해 가보니 골프장이어서 어리둥절했다. ‘건강을 위해 골프를 치라’고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자 당황하기에 모자를 들고 ‘이거면 충분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 전시행정 논란

오 후보는 연간 177억 원이 드는 반포대교 분수가 전시행정 아니냐는 지적에 “몇 년 지나면 서울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강 수상택시 이용자가 하루 평균 119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는 “당장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들지만 한강르네상스사업이 진행되면 수상교통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군색하게 답변했다.

또 자립형사립고인 은평구의 ‘하나고’에 서울시가 6551억 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해 토론자가 “(김승유) 하나재단 이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이고 건립 지역이 정권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지역구이기 때문 아니냐”고 묻자 오 후보는 “비강남지역에 자립형사립고를 만들어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는 정책 목표를 둔 적이 있다”고 답했다.

○ 후보자 간 날선 공방

한 후보가 “지난 4년간 홍보비가 1600억 원으로 고건 서울시장 때에 비해 5배가 넘는다”고 공세를 펴자 오 후보는 “1100억 원이 해외 홍보비였다”며 “한 후보야말로 총리 재직 시절 국내이미지위원회 위원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홍보비로 111억 원을 쓰지 않았느냐”고 역공을 폈다.

임기 도중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오 후보는 “4년을 꽉 채우겠다”고 했고, 한 전 총리는 “서울시를 끝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 (당이 출마를 요청해도) 단호히 거절하겠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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