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가’ 당선율 최고 92%… ‘다’는 최고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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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 기초의원 후보 ‘순번 전쟁’
후보 잘 모르는 유권자들 맨앞 기호에 몰표 경향
올해부터 정당서 임의 배분 당마다 ‘자리 싸움’ 홍역

“공천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앞 순위 기호를 받는 겁니다.”

6·2지방선거가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군구 기초의원 후보자들 사이에선 ‘앞 순위 기호 따내기 경쟁’이 치열하다. 한 사람이 8개 선거에 투표해야 하는 지방선거 특성상 상당수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보고 투표하기보다는 선호하는 정당 후보자 중 앞선 기호를 찍어주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깜깜이 투표’ 탓에 후보들은 좋은 공약을 내놓기보다 좋은 기호를 받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기초의원 기호배분 방식이 달라져 후보자들이 기호에 더 매달리게 됐다. 기초의원은 시도 조례에 따라 지역구별로 2∼4명을 뽑는다. 각 정당은 해당 지역구에 배분된 의석수만큼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투표용지에 한나라당 후보들은 ‘1-가, 1-나’, 민주당 후보들은 ‘2-가, 2-나’식으로 기재되는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까지 기초의원 후보의 기호는 정당별로 성(姓)씨의 가나다순에 따라 배분했다. 그러다 보니 ‘조상을 잘 만나야 당선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공공연히 오갔다. 지난 지방선거의 당선율을 보면 이는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한나라당 추천을 받은 기초의원 후보 중 가장 앞선 ‘가’ 기호를 받은 후보는 2인 추천 선거구에서 91.5%, 3인 추천 선거구에서 92.1%가 당선됐다. 반면 ‘나’ 기호를 받은 후보는 2인 선거구에서 56.9%, 3인 선거구에서 72.2%만 당선됐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기호별 당선율 편차는 더욱 심했다. 2인과 3인 선거구에서 ‘가’ 기호를 받은 후보는 모두 60% 이상 당선된 반면 ‘나’ 기호를 받은 후보의 당선율은 각각 14.4%, 28.6%로 뚝 떨어졌다. 아무리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라도 ‘다’, ‘라’의 기호를 받아서는 당선이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여야는 이런 문제점을 고쳐보겠다며 이번 선거부터 추천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기호를 배분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정당은 현역 국회의원 등이 맡고 있는 당협위원장이 알아서 기초의원 후보자에게 기호를 배분토록 했다.

당협위원장의 기호배분 방식은 다양하다. 한나라당 A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순서대로 기호를 배분했다. 반면 같은 당 B 의원은 ‘제비뽑기’로 기호를 배분했다. A 의원실 관계자는 “기호배분이 워낙 민감하다 보니 상당수 당협위원장이 여론조사나 제비뽑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반면 C 의원은 임의로 후보자의 기호를 배분했다가 후순위로 밀린 후보가 사퇴하는 바람에 새로 후보자를 물색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기초의원 기호배분 방식을 놓고 금품이 오간다는 소문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의원 후보자의 기호는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는 13, 14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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