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北소행’ 정황증거뿐 확증하기는 어려워 전작권 전환 늦출것 앨런 롬버그 美강경론 나오지만 아직 뾰족수 없는듯 ‘6자’ 서둘지 않을것 미치시타 美엔 북핵이 우선 北이 양보기미 보이면 그 기회 잡으려 할것 리밍장 中‘후계자 카드’로 북핵 포기 압력 가능 실제 쓸지는 미지수
천안함 사건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한국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동아일보의 인터넷 방송뉴스 ‘동아 뉴스스테이션’(station.donga.com)은 앞으로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방향을 미국 일본 중국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각국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2012년으로 예정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연기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며 “2016년까지 연기하는 것으로 행정부 인사들이 이미 방향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인 리밍장(李明江)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중국과 교수는 김 국방위원장이 급거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은 대규모 아사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그린 교수=천안함 사건 조사가 진행될수록 북한이 개입돼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황적 증거뿐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보망이나 기밀을 노출시키지 않고는 북한의 소행임을 확증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미국도 유엔 안보리로 가는 것은 피할 것 같다. 미 국무부는 전통적으로 유엔 안보리 내 분열구도를 국제사회에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비난 성명(PRST) 정도 선에서 이번 사태를 일단락 지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연기 필요성이 이번 사태로 더 부각된 면이 있다. 물론 미 국방부의 반발이 여전히 있지만 2016년까지 연기하는 것으로 행정부 인사들이 이미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미국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이었다. 인권 문제지만 미국의 국익이 먼저다. 천안함 사건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보다 핵문제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양보 기류를 보이고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걸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사태를 미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우리(한국) 안보 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 그러니 추가 협력을 해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계속 전작권 전환 연기가 안 된다고 하면 ‘알았다. 그럼 안보상 좀 더 협력·지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앨런 롬버그 미국 스팀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질 경우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다. 미국 내에서도 대북 해상봉쇄(naval blockade)와 같은 군사적 압력 등을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는 듯하다. 분명한 것은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6자회담 복귀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당분간은 6자회담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리밍장 교수=향후 몇 달 후면 북한은 100만 t 분량의 식량 부족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국방위원장은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1990년대와 같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중국 방문을 감행했을 것이다.
중국이 현재 북한에 쓸 수 있는 유일한 압박수단은 ‘후계자 카드’다. 즉, 북한 내 평화로운 정권교체와 안정을 원한다면 핵을 포기하라는 압력이다. 그러나 아직 중국 내 최고위층은 이 카드가 존재함을 북한에 시사만 할 뿐 강하게 쓸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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