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공직사회 연일 질책
“1900년대 사고방식으로 2050년 계획 짤 수 있겠나”
변화-개혁 강도높은 주문…‘호통 리더십’ 비칠라 우려도
안보특보에 위촉장 수여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된 이희원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오른쪽)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변화와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하며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발언만 놓고 보면 여느 정권의 집권 첫해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군 장성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료화되면 그 군은 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군 자체 내 비리가 없어져야 한다.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앞서 11일 국무회의에서는 “사회 전반의 부정비리를 보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비판하며 ‘도덕 재무장 국민운동’을 제안했다. 9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사회 구석구석에 개혁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며 각 부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연이어 ‘개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검찰 스폰서 사건 등 총체적 자기점검 및 변화의 필요성을 수반하는 사안들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시대와 관행 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정무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가의 작동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보듯 외교와 경제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다자 질서 속에서 국가 주권을 각국이 공유하는 과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공직사회나 사회시스템은 지난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개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재정전략회의에서 “2050년 계획을 짜면서 1900년대 사고를 갖고 접근하면 안 된다. 개념을 다 바꾸자는 것”이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집권 후반기 공직사회의 이완을 우려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민정라인은 집권 2년차였던 작년부터 과거 정권의 시기별 비리 사건들을 정리하며 내부 단속을 해왔다. 한 참모는 “비리도 문제지만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면 관료들의 줄서기 현상이 나타난다. 정권이 껍데기만 남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재정전략회의에서 마치 참석자들의 다짐을 받으려는 듯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선거가 없으니 1년 반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정지지도가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최고치였던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직후 수준에 근접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는 데 따른 자신감의 발로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화와 개혁이라는 비(非)정파적 어젠다를 제시해 국론을 모으려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선 국정 최고책임자가 거듭 강한 촉구성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자칫 국민들에게 뭔가를 강요하거나 지시하는 형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호통의 리더십’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정교한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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