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세계 주요 외신들은 북한이 12일 자체 기술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는 데 일제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정치적 의도를 띤 술수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관영언론이 이례적으로 13일 북한의 핵게임 중단을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전문지 환추(環球)시보와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북한은 핵 보유로 가는 길목에서 세계 대국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기사가 사실상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의 특성상 매우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다.
사설은 “북한의 핵융합 기술은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소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핵 위기를 감소시켜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에 책임을 지고 자국민의 이익을 돌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이 줄타기에서 주연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줄타기가 아슬아슬하고 고난도 묘기가 나올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은 관객이 아니라 줄타기를 하는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의 강경 반응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의 대다수 해외 언론들이 북한의 핵융합 반응 성공 가능성을 평가 절하한 것과는 각도를 달리한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과 과학기술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북한에 대한 정보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핵융합 연구의 실체에 대해 모종의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융합 반응 성공 발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지 일주일도 안돼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에 핵 의제를 놓고 이견이 발생했고 중국의 태도에 분개한 김 위원장이 귀국하자마자 핵융합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중국 관영 언론들의 이례적인 핵 게임 중단 촉구 사설은 북한의 엇나가는 행동에 기분이 상한 중국 지도부의 의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핵 게임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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