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발언에 친박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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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잘못된 약속조차 막 지키려는 여자가…”

정운찬 국무총리가 13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농담을 해 박 전 대표 측이 반발하고 있다.

정 총리는 13일 천안함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가족이 있는 경남 진해시 해군아파트를 방문해 부인 김말순 씨(56)와 딸 슬기 씨(21)에게 “온 국민이 한 준위를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모님과 가족, 친지들이 전 과정에서 보여주신 의연함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족들이 “오실 줄 몰랐다”며 사의를 표하자 정 총리는 “지난번 조문 가서 온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잘못된 약속조차도 막 지키려고 하는 여자가 있는데 누군지 아시느냐”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곧바로 “농담”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총리의 발언은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자리엔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배석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무총리가 망언을 했다”며 “만인지상이라는 총리가 마음 아파하는 순국장병 유족을 찾아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자질과 인성의 문제로, 티끌만 한 양심이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14일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파문이 일자 총리실 관계자는 “분위기를 맞추려고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었다”며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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