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광역단체장후보 공약검증]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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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고희범 풍력단지 건설<실현성↑ 호응성↓>우근민 참여-분권자치<합치성↑ 효율성↓>현명관 新서귀포 플랜<비전↑ 효율성↓>

《“지역의 특성과 경쟁력을 살린 미래 준비는 충실하나 참신한 발상은 부족하다.” 동아일보와 매니페스토 평가단이 14일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고희범 후보와 무소속 우근민 현명관 후보의 3대 대표 공약을 분석한 뒤 내린 공통된 평가다. 조사에 참여했던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현재 제주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산업 외에도 미래에 먹고살 수 있는 산업 찾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 고희범
의료 공공성 강화 : 제주지역 평가단 높은 점수

민주당 고희범 후보는 △친환경에너지공사 및 실증센터 설립 △초중고교 친환경 의무급식 전면 실시 △의료 공공성 강화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에너지공사 및 실증센터 설립’ 공약이 평가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고 후보는 실천방안으로 △해상 풍력단지 건설 △제주친환경신재생에너지공사 설립을 내세워 비전과 실현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이 가진 경쟁력을 활용한 좋은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 평가단은 호응성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고경민 제주대 BK21사업단 교수는 “풍력발전소는 2005, 2006년에도 시도했으나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무산됐다”며 “풍력이 과연 친환경에너지냐는 논쟁을 거치면서 주민들의 의견은 더욱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의무급식 전면 실시’ 공약은 호응성과 합치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실현 가능성·효율성·비전 등에서 점수가 낮았다. 김성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주도의 재정상황을 볼 때 소득이 충분한 가정도 무상급식을 누리게 한다는 것은 과다한 재정지출”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공공성 강화’ 공약은 제주지역 평가단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다른 지역 평가단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 우근민
5대 향토자원 육성 : 비전 - 호응성 평가 돋보여

재선에 도전하는 우근민 후보는 △참여와 분권이 가능한 새로운 특별자치도 건설 △5대 향토자원 산업 육성 △저가 항공의 동북아 거점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공약 모두 ‘실현 가능성’이 10점 만점에 5점대에 머물렀다.

3대 공약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5대 향토자원 산업 육성’은 제주도의 특화된 농산물, 식물, 물 등 향토자원을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육성해 경제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덕로 교수는 “이미 가진 자원의 가치를 최대화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은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전부터 나온 구상들을 열거한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지역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행정체제 개편을 다룬 ‘참여와 분권이 가능한 새로운 특별자치도 건설’ 공약은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 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봉운 경기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미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통과돼 몇 년 동안 진행되어 왔는데 도지사가 나서서 뒤바꾼다는 것은 효율성이나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저가 항공의 동북아 거점화’는 효율성의 평균 점수가 5.1점(10점 만점)으로 낮게 평가됐다. 제주지역 평가단은 “관광산업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타 지역 평가단은 대체로 “저가 항공만으로 동북아 허브공항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 현명관
청정상품 육성 : 1차산업 활성화 방안 호평


최근 동생의 돈 선거 논란에 휩싸여 한나라당 공천이 취소된 무소속 현명관 후보는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약 검증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공약만 놓고 봤을 때는 예산이나 실천 방안 등 준비가 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 후보는 △청정산업의 수도 만들기 △서귀포·산남지역 활성화 △물 산업으로 2조 원 시대 열기를 내걸었다. 이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모두 6점을 넘었다. 특히 ‘청정산업의 수도 만들기’ 공약은 각 평가위원에게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 공약은 △10대 제주 스타 청정상품 선정 및 중점 육성 △제주 청정상품 전략적 생산단지 조성 등을 실천 방안으로 내걸었다. 고경민 제주대 교수는 “제주도의 경우 점차 어려워지는 1차산업을 활성화할 대책이 필요한데 현 후보가 잘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귀포·산남지역 활성화’ 공약에 대해서는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봉운 경기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서귀포 부근에 영어교육도시를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사업을 펼쳤으나 몇 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인구수와 인프라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지역민심 핫이슈] 주민투표 홍역치른 ‘해군기지’ 또 표심 공방 ▼

사상 처음으로 현직 지사를 소환하는 주민투표까지 실시하게 만들었던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설치’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핫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엔 주민투표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해프닝’이 빚어졌으나 최근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 측 후보들이 ‘해군기지 설치 재검토’를 다시 요구하면서 재점화시켰다.

이달 초 제주도내 17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제주유권자연대’는 각 후보 진영에 ‘해군기지 재검토’를 핵심 공약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했고 민주당 고희범 후보와 무소속 우근민 후보는 이미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무소속 현명관 후보는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주민들의 재평가를 받은 만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지역 언론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군기지 설치’는 제주지역 최대 쟁점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이어 표심을 좌우할 주요 이슈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미 주민투표가 무산돼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결국 지역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다. 고경민 제주대 교수는 “야당 측에서 지금 이 문제를 다시 이슈화해 나름의 지지 효과를 얻으려는 것 같은데 이미 해군과 제주도 사이에서 모든 절차가 완료돼 사업이 시작된 상황인 만큼 핵심 이슈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현재 제주지역은 우근민 현명관 후보의 탈당과 출마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 등으로 인해 정책 이슈를 둘러싼 공방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경수 제주대 교수는 “우근민 탈당으로 나타난 동정심리, 현명관의 탈당 및 출마 과정에서 보인 구태에 대한 실망감 등 감정적 요소가 투표에서 모든 이슈에 대한 판단보다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무소속 강세’ 제주 이번에도 3명 출마
공천취소 현명관 후보등록

동생의 금품 살포 혐의로 한나라당 제주지사 후보 공천을 박탈당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14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12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현 전 회장은 그동안 출마 여부를 고민해오다 후보등록 마감을 2시간 남긴 14일 오후 3시 기자회견에서 이런 뜻을 밝히고 곧바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현 전 회장은 “몸은 잠시 떠나지만 마음만은 당원 동지와 함께하겠다. 반드시 승리해 6월 3일 돌아오겠다”며 당선 후 한나라당 복당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현 전 회장을 사실상의 한나라당 후보로 간접 지원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 전 회장의 출마 강행으로 후보 4명 중 민주당 고희범 후보를 제외하곤 3명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현 전 회장 외에도 민주당에 입당했다가 성추행 전력 논란 때문에 공천이 어려워지자 탈당해 출마한 우근민 전 지사와 한나라당 경선에서 차점으로 낙천한 뒤 탈당해 출마한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이 모두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선다.

이처럼 후보들이 정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여의치 않으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역대 제주 선거에서 무소속이 강세를 보인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다.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였던 김태환 전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였던 현 전 회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제주 도지사 후보 공약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 ▼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
임성호(회장·경희대) 이현출(간사·국회입법조사처) 가상준(단국대) 김기승(부산대) 신준섭(건국대) 이덕로(세종대) 정광호(서울대) 채진원(한국정치학회) 하봉운(경기대)

△제주지역평가단 (다른 지역 대학의 전문가들은 제주에 연고가 있거나 지방자치 지역경제 등을 전공)
고경민 고전(이상 제주대) 구교준(고려대) 김성준(제주대) 박추환(영남대) 양길현(제주대) 임병인(충북대) 한정희(대구대) 황경수(제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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