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선거가 동시에… 2조 넘게 돈 풀릴듯… 2일 전야까지 대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 6·2 지방선거 희비

LED유세차 - 컨설팅업 ‘대박’… 여론조사기관 매출 2~3배로

홍보물 제작 서울 쏠림에 지방 인쇄업체 푸념
일손 부족 농가도 울상

6·2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 특수(特需)’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에 돈이 대거 풀리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한창 바쁜 농번기에 농사 인력이 빠져나가 울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 기초단체 의원은 물론이고 교육감 교육의원까지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8개 투표가 동시에 이뤄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2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법정한도 선거자금은 약 7000억 원이지만 여기에 당내 경선 비용, 선거사무소 입주 비용 등 선거 관련 자금 2조 원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컨설턴트들은 “대박”이라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선거 초년생이 많다 보니 정치컨설턴트는 후보자의 이미지 구축, 공약 등 선거 전략부터 선거 현수막, 어깨띠 등 소소한 물품까지 제작하는 등 후보자 선거캠프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선거캠프 역할을 해주는 비용은 후보자 한 명당 1000만 원 이상이다. 이에 선거 특수를 노린 프로젝트성 선거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수십 개에 이른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매출이 2, 3배 뛰며 대목을 만났다. 정치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정당들이 후보자 공천 및 경선 과정에까지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있다”며 “2006년 지방선거보다 일감이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선거 기간 전 2000만 원 정도면 빌릴 수 있던 1t 유세차량도 현재 20%의 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화질이 뛰어난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갖춘 1t 트럭이 인기다. LED업체 ㈜엔라이트 김태영 사장은 “물량이 모자라 주문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노트북 컴퓨터만 8000대를 보유한 서울의 사무기기 대여업체 E렌탈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현재 보유 물량을 모두 가동했다. 선거 관련 아르바이트도 성황이다. 주부 신모 씨(43·대구 동구 신암동)는 “별로 힘들지 않게 후보 명함을 돌린 후 일당 6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인쇄업체와 농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 인쇄골목은 한가했다. B인쇄소 대표 김모 씨(48)는 “후보자들이 선거홍보물을 서울에서 만들다 보니 물량이 30%가량 줄었다”고 푸념했다. 최근 경북 포항시 인쇄업체 관계자들은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자 상당수가 홍보물을 서울에서 발주해 선거 특수는 고사하고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성토했다.

경남 김해지역 화훼농가는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 농사 일손이 선거 인력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장미를 재배하는 이모 씨(56)는 “지난해에는 일당 8만 원 안팎에 일손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10만 원을 줘도 구할 수 없다”며 “인력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범서읍에서 부추 농사를 짓는 고모 씨(47)도 “최근 일당을 더 줘도 일할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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