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향응·접대’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올해 초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건설업자 정모 씨가 제기한 접대 의혹에 대한 내사를 종결하도록 담당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진상규명위 산하 진상조사단(단장 채동욱 대전고검장)은 박 지검장이 정 씨가 제기한 진정 및 제보 5건에 대한 수사를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종결토록 한 뒤 이를 대검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부산지검 A 검사로부터 수사지휘권자인 박 지검장이 이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단은 박 지검장이 자신이 직접 연루된 사건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박 지검장이 지난해 서울에서 두 차례 정 씨를 만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박 지검장과 한승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조사는 두 검사장의 거부로 영상녹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하창우 변호사,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등 민간 진상규명위원 3명이 조사과정을 참관했다. 두 검사장과 정 씨의 대질조사는 정 씨가 “특검이 구성되면 거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두 검사장에 대한 이날 조사로 정 씨로부터 접대 받은 의혹을 받은 현직 검사 50여 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르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검사제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진상규명위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불투명해졌다. 진상규명위 내에서는 “특검 도입으로 정 씨가 더 이상의 조사를 거부하는 등 진상규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특검 도입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위원은 “진상조사가 끝난 뒤 이번 사건에 대한 백서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제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규 검찰총장은 17일 전국의 일선 지검장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을 대검찰청으로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을 들었다. 이에 앞서 지검장들은 소속 검사들로부터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과 검찰 개혁방안 등을 들었으며 이를 김 총장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19일 부산지검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검장 8명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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