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곤 - 남해안 국제휴양지 “실현가능성에 높은 평가”
김두관 - 어르신 틀니 지원 “재원조달 방법 등 구체적”
《‘전·현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 장관의 혈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남도지사 선거를 지켜본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이명박 정부의 행안부 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노무현 정부의 행자부 장관 출신인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전·현 정권의 명예를 걸고 맞붙기 때문이다. 경남이 한나라당의 아성이면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김해)이라는 점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에 역점을 둔 공약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지역관광자원 개발에 좀 더 집중한 반면 김 후보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차별화한 낙동강 정비사업을 내놨다. 이 후보의 ‘남해안 국제휴양관광지 육성’ 공약에 대해 지역주민에게 제시하는 비전을 중시한 평가위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평가위원은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김 후보가 제시한 ‘어르신 틀니·임플란트 보급’ 공약에 대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유권자의 호응도 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는 평가와 “지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공약인가”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이달곤
한나라당 이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미국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수준의 글로벌 기업 유치’이다. 도청 내에 국제비즈니스센터를 설치하고 지역의 대학과 의료기관, 기업인 등과 공조체계를 구축해 지역 특화산업인 항공우주산업과 조선해양산업, 의료생명산업 등과 관련된 외국자본과 국제의료기관을 적극 유치한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2013년까지 4년 임기 동안 총 835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황인원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지원 방안이 부족하고 전체 사업비 중 7600억 원을 민간자본으로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조달방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천우 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창원공단과 거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관련해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할 필요성이 높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공약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공약은 ‘모세혈관 복지체계 구축’이다. 우선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전담 주치의를 두는 제도를 비롯해 △저소득 노인층의 주거시설 개량사업 실시 △장애인 자활센터 지원 강화가 골격이다. 민간자본 80억 원을 포함해 임기 내에 55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 공약은 주민들의 호응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평가위원은 “기존의 노인 및 장애인 지원 정책과 차별화되는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공약은 ‘남해안 국제휴양관광지 육성’이다. 남해안 일대를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하고 국고보조금 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휴양관광시설을 지어 해외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민간자본 6130억 원을 비롯해 4년 동안 9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공약은 대체로 평가 부문별로 6∼7.2점(만점 10점)의 고른 점수를 얻었다.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다른 두 공약에 비해 실현 가능성과 주민 호응 등의 측면에서 평가위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평가위원은 “환경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방지할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 김두관
무소속 김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가꾸기’이다. 인위적으로 ‘보(洑)를 조성하는 4대강 사업과 달리 인공습지를 조성해 물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자연친화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13년까지 2000억여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약은 평가 부문별로 5.7∼7.4점을 얻었지만 편차가 심했다. 한 평가위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막연한 반대보다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고, 다른 평가위원은 “4대강 사업과 내용적으로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가 두 번째로 내놓은 공약은 ‘일자리 걱정 없는 번영 경남’이다. △민간투자 중심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도 차원의 재원 투입 △대학-기업 연계를 통한 취업 지원 △중소기업 취업박람회 정기 개최 등을 담고 있다. 임기 내에 2100억여 원을 들여 질 좋은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신준섭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학연계나 취업박람회 등) 구체성이 높은 공약을 제시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천우 교수는 “지방대의 경우 기업과 대학이 취업 지원과 관련한 협약을 맺어도 실제로 이행되는 사례가 많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대표 공약은 ‘어르신 틀니·임플란트 보급’이다. 65세 이상 주민이 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의료기관에서 치과 진료를 받고 저렴하게 틀니와 임플란트 시술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김 후보는 “2000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기준 경남 인구의 11.4%(37만7987명)인 65세 이상 노인층의 80%가 임기(2013년) 내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5.5∼6.4점)를 받았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틀니와 임플란트 공약은 노인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신준섭 교수는 “정책 추진이나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돼 있어 단순한 선심성 공약의 우려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15년만에 여야 1대 1 대결… 둘다 행정장관 출신▼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이달곤, 무소속 김두관 후보만이 후보 등록을 해 여야 ‘일대일’ 구도가 확정됐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여야가 ‘일대일’로 맞대결하는 것은 1995년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 이후 15년 만이다.
여야는 후보 등록 직전까지 내부적으로 후보 조정에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후보경선을 요구하다 막판에 중도 사퇴하면서 이 후보가 공천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다며 창당한 미래연합에선 이갑영 전 고성군수가 출마를 준비했으나 후보 등록 전에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 3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진보신당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김 후보가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사실상 야권의 단일후보인 셈이다. 이, 김 후보는 최근 본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차한계 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민자당(한나라당의 전신) 김혁규 후보와 자민련 김용균 후보가 각각 61.5%, 34.8%를 얻어 김혁규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치러진 3번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한나라당 후보(2, 3회 김혁규, 4회 김태호 후보)가 선출될 정도로 경남은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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