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안뜨자 깨진 ‘밀월’

한나라, 김영숙 서울교육감 후보와 정책공조 파기

보수후보로 이원희 앞서자
“될 사람 밀어야” 공감대
김영숙 “사퇴는 안한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전 덕성여중 교장·사진)와 함께해 온 정책연대를 접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보수진영의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후보(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를 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의원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성향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내부 논의를 거쳐 더는 김 후보와 같이하지 않기로 했다”며 “보수진영의 이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되는 후보’를 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앞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김 후보와 연대하는 듯한 행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의원도 “어떤 경우에도 좌파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확고한 공감대가 있다”며 “서울시당 차원에서 선거일 직전에 이 후보를 찍도록 지침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이 후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배경엔 이 후보가 바른교육국민연합을 통해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데다 기호도 1번을 뽑아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김 후보가 보수진영의 후보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아 보수적 성향의 교육사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것도 한나라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당 차원에서 김 후보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했던 성과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 비해 낮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한나라당은 판단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판세는 보수진영의 이 후보를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곽노현 후보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내심 김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 후보로 단일화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김 후보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이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데다 중도에 후보 사퇴할 경우 그동안 쓴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감안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 측에도 여론조사를 통한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 후보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김 후보가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아 두 후보 사이에 신뢰관계가 깨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지난달 9일 당협위원장 회의를 열어 김 후보를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김 후보도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는 후보’라는 점을 은연중에 부각시키는 선거전략을 구사해 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선관위는 정당의 교육감선거 개입 금지 규정을 들어 양측의 연대에 대해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조사를 중단한 바 있다.

19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인 서울의 이 후보와 경기의 정진곤 후보(전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인천의 권진수 후보(전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는 여권이 미는 교육감 후보로 교통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