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 7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3차 회의를 6월 7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 개최의 이유와 안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9일 형식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2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헌법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제1차 회의는 지난해 4월 열려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바 있다.
19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가 시작된 이후 북한은 같은 회기의 최고인민회의를 같은 해에 두 차례 연 적이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2003년 최고인민회의가 2차례 열렸으나 제10기 마지막 회의와 제11기 첫 회의가 열려 회기가 달랐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이번 회의는 이례적”이라며 “후계체제 구축, 천안함 사태 관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최고인민회의 소집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달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북-중 경제협력 합의를 법률적으로 승인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토대로 기존에 채택한 경제법령을 승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후계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후계체제와 관련한 조직, 인사개편을 위한 회의일 가능성이 높다”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포함해 위원들이 전면 교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이근모 정무원 총리가 해임될 때에도 같은 해, 같은 회기에 최고인민회의가 긴급 소집된 사례가 있다.
정 연구위원도 “14일 모든 직무에서 해임된 김일철 국방위원 자리에 김정은의 측근을 임명해 비공식적으로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거나 내각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일철의 해임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열기 위한 대외적 명분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 후계 문제를 공식화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권력 누수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안건은 후계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한국의 대북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인민회의가 긴급 소집됐을 가능성도 있다. 조 소장은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이뤄질 대북제재 움직임의 부당성을 알리고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 개성공단과 경제협력 중단 등의 조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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