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결론이 나오면서 정부가 선택할 군사적, 외교적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단호한 대처”를 거듭 강조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을 만큼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불필요한 국내외 혼란을 차단하는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군사 조치는 한미동맹 틀 안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자위권 사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 함정에 대한 정밀 타격 등 천안함 침몰에 상응하는 군사적 보복조치는 현실적 옵션에서는 제외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한미 양국이 조율을 마친 미 해군 제7함대의 서해상 전진 배치가 1차적 고강도 조치로 보인다. 서해에 배치할 미 7함대에 항공모함이 포함될지, 항공모함은 제외한 채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으로 제한될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후자의 경우라도 미국의 ‘한반도 안전보장 의지’를 북한에 명확히 보여주는 효과를 얻을 좋은 카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예비역 해군 장성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 7함대의 서해 배치 규모가 어느 정도이든 ‘미국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고 믿는 북한군 지휘부는 큰 위협을 느낄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이런 조치에 대해 말로 블러핑(bluffing·허세 또는 속임수)하는 것 외엔 군사적 대응을 할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력행사는 가급적 피하려는 한국 정부의 이런 판단은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군사적 위기를 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필요하게 ‘코리아 리스크’를 부각할 경우 경제 살리기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휴전선에서의 대북 심리전 재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저지 등 저강도 군사조치는 실행할 준비를 마무리했다. 위기 국면은 조성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체제의 내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이 같은 조치는 북한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군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 유엔 안보리 회부는 어떻게 되나
정부가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천안함 사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무대를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된다 해도 어떤 방향의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강대국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정치의 무대가 바로 유엔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조사 결과를 사전 브리핑 받은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의 반응에 대해 “크게 봐서 종래의 태도와 유사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이런 중국의 태도를 고려할 때 북한을 압박하는 제재 결의안 추진이 어려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서 다룰 때 새로운 제재 결의안 채택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2차례의 북한 핵실험 직후 발효된 대북제재 결의(1718호, 1874호) 2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북한에 엄중히 경고하고 도발을 막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나 의장성명 추진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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