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개성공단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공단에 상주하는 한국인 1000여 명의 신변안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입주기업이 동요하고 있다.
○ 남북 개성공단 치킨게임
이미 북한은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지렛대로 삼을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북한은 16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남측 인원들의 동·서해지구 육로통행을 제한 및 차단하는 이상의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3월 30일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 억류 사건과 마찬가지로 북측이 음란물 소지 등의 이유를 들어 남측 인사를 억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일 이후 정부의 대응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개성공단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는 19일까지 개성공단 사업과 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제한하는 어떤 조치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20일 이후 불확실한 남북관계에 대비해 정부와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를 중단 또는 보류하고 북한 체류 인력을 귀환시킨 것과는 다른 태도다.
정부로서도 고민이 크다. 지난해 3월처럼 북한이 불시에 육로통행을 차단해 기업인들이 북한땅에 사실상 억류될 경우 정부의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기업인들을 먼저 철수시키는 것이 확실한 대응책이지만 이럴 경우 개성공단 사업 중단의 책임을 모두 정부가 져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쫓아낼 때까지 개성공단에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나오더라도 먼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쫓겨났다는 명분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 동요하는 입주기업
1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21개 입주기업 대표는 18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과 정부 보상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주로 후발업체들이었지만 일부 시범단지 입주업체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15개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는 2004년 가장 먼저 개성공단에 진출한 덕분에 저렴한 근로자들을 다수 확보하면서 후발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았다. 극심한 인력난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상 협의에 적극 나서기를 원하는 후발업체들과 달리 이들은 개성공단의 존속에 우선순위를 뒀다. 하지만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과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 몰수 등으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일부 시범단지 입주업체도 보상 논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입주기업은 북한에 들어가는 원자재 공급을 중단하고 생산설비를 남측으로 이전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철수에 들어간 업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자진 철수할 경우 북한의 귀책사유 등으로 손실을 입은 때에 정부가 지급하는 경협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바이어들의 이탈로 손실만 쌓여 한시라도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하지만 경협보험을 받기 위해서라도 남한이나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주기업은 북한이 남측 기업의 전면 철수 상황까지는 몰고 가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한 기업인은 “개성공단은 자체 발전설비가 없어 남측에서 보내주는 전기로 운영된다”며 “남측이 전기를 끊을 경우 북한은 아무런 대안이 없어 결코 남측이 철수하는 사태까지 상황을 몰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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