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가덕도냐, 경남 밀양시 하남읍이냐. 2005년부터 추진돼 온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문제가 6·2지방선거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다. 이 문제는 부산-대구, 울산, 경남·북이 1 대 4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개발타당성 및 입지조사를 끝낸 국토해양부도 5개월째 발표를 미루고 있다. 영남권이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어서 정부도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2단계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김해공항의 경우 민군 겸용일 뿐 아니라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비행이 제한돼 국제선 항공편 확대와 노선 증설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항 인근 신어산과 돗대산 등의 장애물로 인한 안전성도 거론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은 활주로 이격거리 및 착륙대 미확보, 운항시간 제한, 국제선터미널 수용능력 부족 등으로 대구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제 구실을 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동남권과 전남, 제주지역 주민은 연평균 174만 명. 추가 비용만 연간 2900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신공항의 필요성은 5개 시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입지만큼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공항을 둘러싼 각 시도의 쟁점은 △부산은 24시간 허브공항 △경남은 행정구역 내 입지로 개발 이익 추구 △울산 대구 경북은 1시간 내 접근성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주장만 있고 상생과 협력의 움직임은 없다.
허남식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는 17일 발표한 100대 공약에 ‘가덕도에 동북아 제2허브공항 유치’를 포함시켰다. 그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볼 때 밀양 하남읍은 허브공항 입지로는 부적절하고 어정쩡한 공항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입지여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24시간 가동해야 할 국제공항의 입지조건 등을 감안한다면 가덕도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허 시장의 ‘실정’ 탓이고, 정치인인 자신이 당선되면 고도의 정치력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구 경북에서는 이미 ‘동남권 신국제공항’ 대신 ‘밀양 신국제공항’이란 말이 퍼진 지 오래다. 신공항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공항이 들어서야 하는 곳도 당연히 ‘밀양’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위기는 광역, 기초단체장 공약은 물론이고 여야 후보가 따로 없다. 수도 경제권에 대응한 동남 경제권을 형성하려면 밀양에 국제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 최근에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김범일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와 김관용 한나라당 경북지사 후보는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밀양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도 밀양 신공항 유치를 당 차원의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달곤 한나라당 경남지사 후보는 “최근 부산, 울산시장 한나라당 후보와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며 “신공항 문제는 연구용역이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안정성과 경제성 면에서 하남읍이 월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적 구도를 보더라도 지자체장들이 협력하면 밀양 유치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확신. 김두관 야권단일 무소속 경남지사 후보는 “동남권 신공항은 입지여건이 우수하고 건설비용이 적어 경제적으로도 강점이 있는 밀양에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맹우 한나라당,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도 “울산시민의 접근성을 감안하면 밀양이 적지”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는 “김해공항이 있는데 새로 건설하는 것은 예산낭비 요소가 많다”고 전제한 뒤 “굳이 짓는다면 밀양이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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