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는 21일 특별조사단(SIT)을 구성해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인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일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중(重)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유엔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주도의 다국적 합동 조사가 완료됨에 따라 유엔군사령부는 조사결과를 검토하고 정전협정 위반사항의 범위를 판단하기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와 유엔사 위원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을 소집한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특별조사단은 확인 결과를 유엔에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조사단은 유엔사 소속의 프랑스 뉴질랜드 덴마크 영국 호주 캐나다 한국 터키 미국 요원들과 중감위 소속의 스웨덴 스위스 요원들로 구성된다. 유엔사는 22일부터 조사에 들어가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다음 달 초 유엔군사령관 명의로 유엔에 보고할 계획이다.
군정위는 조사 결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북측에 ‘북-유엔사 군사회담’을 제의해 조사 자료를 전달하고 강력히 항의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군정위에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검증한 뒤 북한에 공동조사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일 한국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이번 주말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국방부는 21일 북한에 보낸 통지문에서 “유엔사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이며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나면 북한은 북-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에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1999년과 2002년 서해에서 발생한 제1, 2차 연평해전 직후에도 유엔사와 북한군 간 장성급 회담이 개최돼 북측의 정전협정 위반을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1953년 7월 27일 유엔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사이에 체결된 정전협정은 무력 도발을 금지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현재의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치콘은 북한의 군사 활동을 추적하는 정보감시태세로 5단계로 구성되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정찰기 등 정보수집 수단과 감시 횟수, 정보분석 요원이 보강된다. ‘워치콘 2’는 국익에 현저한 위험이 초래될 징후가 보일 때 발령되며 첩보위성의 사진정찰, 정찰기 가동, 전자신호정보 수집 등 다양한 감시 및 정보분석 활동이 강화된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때도 워치콘을 격상했다.
해군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해군 관계자는 “백령도, 연평도의 경우 수중침투는 물론이고 전투기를 이용한 기습도발도 예상할 수 있어 전 부대가 다양한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교전수칙 수정도 검토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교전규칙 문제는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함정과 북한군이 각각 NLL과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할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경고방송을 하고 경고사격까지 시차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과 미국대사관,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역 등에 경찰특공대가 배치된다.
경찰청은 21일 오후 긴급 전국지방경찰청장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밝혀진 만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각종 공공기관, 미국대사관 등 주요시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경찰특공대 등 경찰력을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 지방경찰청에 대테러상황실을 운영하고 대테러 작전부대의 신속한 출동을 위해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 또 선거운동 기간임을 감안해 정당 대표 등 주요인사 거리 유세 시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관을 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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