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명예 선거부정감시단원’으로 위촉된 본보 강경석 기자(왼쪽)가 동료 감시단원들과 함께 경기 시흥시의 한 선거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시흥=김재명 기자
6·2지방선거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선거부정 감시 활동도 바빠진다. 26일 본보 기자가 경기 시흥시 선거관리위 ‘일일 명예 선거부정감시단원’으로 위촉돼 직접 감시 현장을 찾았다.
“저 유세차 앞유리에 선거차량용 표지가 안 붙어 있는데?” 이날 오후 4시 15분 시흥시 은행동 사거리. 한 시의원 후보자의 유세차량을 따라가던 감시단 정진숙 씨(43·여)가 말했다. 기자가 차창을 열고 “잠깐 멈춰보세요”라고 외쳤지만 유세차량은 감시단을 약 올리듯 오히려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차량 ‘추격전’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감시단은 500m쯤 추격을 벌인 뒤에야 유세차량을 앞질러 멈출 수 있었다. 정 씨가 운전자에게 달려가 ‘선거부정감시단원’이라고 적힌 신분증을 제시하며 내려 달라고 말했다. 기자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캠코더를 꺼내 녹화 버튼을 눌렀다.
정 씨는 “유세차량엔 선거차량용 표지를 앞유리에 붙이게 돼 있습니다”라며 차량을 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법상 유세차량이 ‘선관위 검인’이라고 적힌 표지를 부착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최대 1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해 감시단은 운전석에서 내린 자원봉사자 이모 씨(44)에게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시정조치 통지서’를 발급했다.
후보자의 금품·향응 제공 여부 감시도 주요 활동 중 하나. 오후 2시부터 일반 감시단 활동을 한 기자는 오후 7시부터 금품·향응 현장을 감시하는 ‘기동팀’에 배치됐다. 한팀이 된 김형준 씨(가명·50)는 오후 8시경 시흥시선관위 전유환 지도계장(42)의 전화를 받더니 “5분 안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곤 사무실을 달려 나갔다. 기자는 영문도 모른 채 김 씨를 따라 뛰었다.
15분쯤 지나 김 씨와 도착한 곳은 은행동의 A칼국수 집. 김 씨와 기자는 식당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시의원 후보자 일행을 확인하고는 식당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사전에 교육받았던 대로 후보자 일행이 모르게 탁자 아래로 소형 캠코더를 꺼내 녹화 버튼을 눌렀다. 김 씨는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1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후보자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갔다. 이미 식당 밖엔 전 계장과 시흥경찰서 손종욱 지능팀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식사 제공이 이뤄졌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선거법 위반인지 확인이 필요하니 신분증을 제시해주십시오.” 전 계장과 손 팀장이 말하자 후보자 일행은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신분증을 달라는 거야” “각자 돈 내고 먹은 건데 뭐가 잘못이냐”고 반발했다. 몇 분간 실랑이 끝에 겨우 이들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선관위 부정선거감시단은 지난달 2일 발족해 전국적으로 7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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