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는 ‘개성공단 통행차단 검토’ 엄포 놨지만…
이번주 300명 추가 공급
공장가동 지속 바라는 눈치
“폐쇄 책임전가 술책” 해석도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최대 이슈로 등장한 개성공단에 대해 강온 양면전술을 쓰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를 검토하는 동시에 남측 기업에 ‘추가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교대로 쓰면서 남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28일에도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등 이번 주에만 10여 개 입주업체에 약 300명의 북한 인력을 추가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당국은 이전에도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개성공단에 입주 업체의 요청에 따라 추가인력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전에는 추가인력이 한 주에 100명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에 공급한 추가인력 300명은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다. 통일부에 따르면 20일 현재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수는 4만3804명으로 올해 3월 말(4만2397명)보다 1407명 늘었다.
인민군 총참모부가 개성공단 육로 차단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에서도 북측의 인력 공급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추가인력 공급을 계속 늘리는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 유지를 원하는 개성 현지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입주업체 A사 대표는 “개성공단 인력 공급을 책임지는 지도총국과 개성시 인민위원회는 4만여 명에 달하는 주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입주기업이 계속 공장을 가동하기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남측 관계자를 딱딱하게 대하던 북측 통행검사소 내 북한군의 태도가 며칠 새 돌변해 친절해졌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전형적인 강온 전술로, 압박하면서 남측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측이 입주기업에 유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최종 책임을 남한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측은 실제로 26일 심리전 재개 시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개성공단의 진로와 관련해 남측에 공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남북 당국이 극한 대결로 치닫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철수와 잔류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기업들은 북한이 언젠가는 개성공단 폐쇄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고, 직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생산시설을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적지 않다. 자진 철수 할 경우 경협보험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반(半)제품 상태로 북에 쌓여 있는 원자재를 완제품으로 가공하지 않으면 손실 폭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다음 달 3일 총회를 열어 남북 당국에 개성공단 존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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