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 남한의 사건 조작설을 유포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선전전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대남 통지문을 통해 천안함 어뢰 공격을 부인하는 데서 나아가 남한 민간단체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해외 공관을 통해 국제적인 해명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가 사건 원인에 대한 남한 정부의 발표를 사실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초조한 심리상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동시에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남한 내 남남(南南)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 남한 내 진보세력들의 동조 기대
북한이 9개 종교단체 및 사회단체에 보낸 팩스 또는 e메일의 사신 부분은 단체마다 내용이 다르고 분량도 불과 한 문단짜리부터 A4용지 두 페이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내용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자신들이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남한 내 반정부운동을 촉구하는 선전선동을 담고 있다.
첨부 문건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25일자 대변인 담화와 내부 주민 홍보용으로 26일 노동신문에 실린 ‘역적패당이 조작한 북 어뢰 공격설의 진상을 논한다’라는 제목의 A4용지 15페이지 분량의 논평이다. 북한은 26일 오후 9시경 조선중앙TV를 통해 이 장문의 논평을 주민들에게도 낭독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한의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남한 종교·사회단체들에 팩스를 보내 선전선동을 하곤 했다. 최근의 ‘팩스 선전선동’은 6·2지방선거와 6·15공동선언 10주년이라는 예고된 정치일정에 천안함 폭침사건이 겹친 상황을 반영해 더 적극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북측은 각 단체에 대한 팩스 또는 e메일 전송과 함께 공식 매체를 통한 선전선동도 병행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명을 내고 “(남한 당국이) 함선 침몰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키고 반공화국 모략 소동에 날뛰고 있다”며 “남한 내 모든 정당, 단체와 주민들이 궐기해 정부에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남한 내 유언비어 활용
북한이 대내외 선전에 활용하는 노동신문 논평은 현재까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내놓은 문건 가운데 가장 긴 글이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조평통의 19일 ‘고발장’도 A4용지 8페이지에 불과했다.
이 문건은 △‘북 어뢰 공격설’은 역적패당이 꾸며낸 허황한 날조설이다 △과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결과인가 △‘북 어뢰 공격설’은 ‘북풍’을 노린 위기탈출용이다 △‘보복’에는 보다 강도 높은 보복으로, ‘응징’에는 우리 식의 무차별적인 징벌로 등 4개의 소제목을 달고 천안함 사태에 대한 기존 주장을 상세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논평은 남한 군 당국이 수거한 어뢰 파편과 부품에 쓰인 ‘1번’이라는 글씨는 모두 날조됐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나 군사적 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 남한 내 일부 세력이 비과학적인 의혹과 이를 믿는 일부 누리꾼의 댓글을 활용했다. 논평은 “‘1번’ 증거가 얼마나 허황됐으면 남조선의 이곳저곳에서 ‘북 참 친절하게도 녹 안 슬 곳에 글자를 써주셨네’ ‘거리에 다니는 파란색 1번 버스는 북의 대남 침투용’이라는 낱말이 새로 생겨 유행되고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 재외공관 통해 오리발 작전
북한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20일 이후 전 세계 재외공관을 통해 상대국에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재외공관의 무관 등을 통해 주재국 정부에 ‘천안함 사건과 북한이 무관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북한은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비동맹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인도를 비롯한 주요 비동맹 국가들까지도 대북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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