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에 기자들 질문 몰리자 지상욱 “왜 저한테 안 묻고…”
생애 첫 투표 86세 할머니 “이제야 대한민국 국민 된듯”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아라.”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가 2일 마무리됐다. 유권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동네 투표소로 나서 마음속에 점찍어 둔 후보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가족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인 손명순 여사와 오전 10시 50분경 서울 동작구 상도동 강남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전두환 전 대통령도 부인 이순자 여사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투표했다. 전 전 대통령은 투표소 입구에 줄을 선 주민들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3차례 정도 건네고 귀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오전 9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촌농협 투표소에서 차분한 표정으로 투표한 뒤 약 5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이날 오전 8시경 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문화센터에 마련된 김해 진영 제5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권 여사는 아들 노건호 씨, 수행원 등과 함께 도착해 투표사무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차분하게 투표를 마쳤다. 권 여사는 취재진 요청으로 노건호 씨와 함께 기표를 마친 뒤 투표함 앞에 서서 나란히 투표하는 포즈를 취하고 말없이 투표장을 떠났다.
○…서울 중구 신당2동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시장 후보보다 부인인 배우 심은하 씨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오전 6시 30분경 투표소를 찾은 심 씨에게 취재진의 질문이 몰리자 지 후보는 “저한테 묻지, 왜 집사람에게 질문하냐”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는 86세에 첫 투표에 나선 할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겪으며 호적 등록을 못하다 지난해에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이경순 할머니는 “투표를 하니 이제야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소 곳곳에서는 ‘1인 8표’의 복잡한 투표 방식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1동 투표소에서는 4장씩 두 번에 나눠 해야 하는 투표를 한 번만 하고 나가는가 하면 투표용지 중 한 장만 기표하는 일도 있었다. 조대식 씨(68)는 “어떻게 투표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첫 투표권을 행사한 김민 씨(19·여)도 “처음인데 여덟 번이나 기표해야 해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제역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충남도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드나들 수밖에 없는 투표 과정에서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도내 투표소 734곳에 손 소독기와 발판 소독조를 설치하고 구제역 예방수칙을 적은 안내문을 부착했다. 충남도는 또 공무원과 경찰, 군인 등 1897명의 인력을 투입해 도내 209개의 방역초소를 거점으로 집중적인 방역 활동을 벌였다. 특히 구제역이 두 차례 발생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청양군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명복 청양 부군수는 “선거를 위한 이동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면 안 되기 때문에 방제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섬 지역 유권자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 주민 15명은 이날 오전 10시경 단체로 투표를 마쳤다. 전체 선거인 23명 가운데 65%가 참여한 것. 이화용 이장(75) 등 주민들은 이 섬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아 덕적면 행정선을 타고 인근 덕적도에 도착해 차량으로 갈아타고 서포1리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주권을 행사했다. 유권자 43명이 살고 있는 강화군 서도면 아차도 주민들도 5차례 운항하는 여객선에 나눠 타고 주문도에 마련된 제1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지난해 11월 부산 기장군 정관면으로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송명진 씨(68)는 “조국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해 너무 기쁘다”며 “첫 투표인 만큼 선거 공보물을 자세히 보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현재 기장군 정관면에 영주 귀국한 사할린 교포는 12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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