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추종하는 군부 내 신진 엘리트와 원로 간부들 간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빚어진 ‘군사모험주의’의 결과라고 잠정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당과 군부 내 엘리트의 세대교체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3일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64) 등 50, 60대 신진 세력들이 대남 공작사업 등의 전면에 나서는 과정에서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79) 등 70, 80대 선배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위 탈북자 등의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이런 판단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 총국장은 2000년대 초 김일성군사종합대에서 김정은에게 군사문제를 가르친 인연으로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권력 실세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 군의 정찰국 등 대남 공작기구를 모아 정찰총국을 만들어 각종 이권사업과 외화벌이 조직, 고급 주택과 승용차 등 특권을 독차지하면서 오 부위원장 등 선배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고위 탈북자들은 “김 총국장은 반격에 나선 원로들이 자신의 흠집 찾기에 나서자 김 위원장과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대청해전 보복을 명분으로 천안함 사건을 기획했고 후계자로서의 업적이 필요했던 김정은과 화폐개혁 이후 후유증 수습에 고민하던 김 위원장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최근 잇단 북한 최고위 인사들의 사망과 철직은 이런 북한 엘리트의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4월 이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81)과 김중린 노동당 비서(86)가 잇달아 심장마비와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80)도 2일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김일철 국방위원 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80)은 지난달 국방위 결정으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반면 오랫동안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수하로 일했던 군부 내 소장파가 국방위 정책국에 포진하며 대남 공세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어뢰 공격을 부인한 박임수 국방위 정책국장(60)과 이선권 대좌 등은 김 총국장과 함께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단에서 일했던 ‘대남 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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