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선택’ 그 후]한나라, 오만-분열-실언에 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오만] 일방통행 국정-구태 공천
[분열] 野단일화 대항전략 부재
[실언] ‘천안함 다행히…’ 등 연발

‘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졌을까.’

6·2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3일 한나라당 안팎에선 선거 패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 패배를 일과성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여권의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오만으로 비친 국정운영 스타일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3일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부와 여당의) 오만함이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 충청 경남의 참패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세력이 이런 오만의 대표적 사례로 드는 것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충청 지역민과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야당과 종교단체의 반대에 대해 여권 주류는 그동안 “홍보가 부족했다. 더 설명하면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는 반대하는 측이 정책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 공천 실패

윤석용 의원은 이날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당은 경쟁력 없는 여성 구청장을 강조하고, 국회의원들은 자기만을 따르는 구청장을 심기 위해 현직 구청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고 공천 과정을 비판했다.

사실 당내에서는 경남과 강원 도지사 후보 공천을 놓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문제 제기가 많았다. 전통적으로 이들 지역이 한나라당에 유리하다는 점만 믿고 안이한 공천을 했고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기대 이하의 소극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기초단체장 공천도 실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잠재적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기존 기초단체장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 상당한 이탈 표가 생겼다. 일부 탈락자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일선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곳도 많았다.

공천 실무 작업에 참여했던 한 당직자는 “의원들이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로 갈려 자기 사람 심기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는 현역 의원들이 자기 이해관계를 위주로 결정한 공천 결과를 꼼꼼히 따지지 못한 채 추인만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 지지층 결집 실패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수도권에서 야권 단일화에 일부 성공했다. 야당이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낸 것도 단일화 효과에 따른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층은 분열됐으며 낙승을 거둘 것이란 안일한 예측 아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대거 당선된 것도 보수 후보의 분열 때문이었다.

○ 잇단 말실수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 ‘설화(舌禍)’ 경계령을 내렸지만 말실수는 어김없이 나왔다. 국회 부의장인 이윤성 의원은 지난달 31일 인천시장 판세를 묻는 질문을 받고 “다행히 천안함 사태가 바로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기초단체장 한두 곳의 경합을 빼면 다 우세 지역으로 궤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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