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하는 MB… 지방선거 후유증 탈출 카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① 인적 쇄신- 참모 교체로 책임묻기
② 檢-軍개혁- 혁신 바라는 민심수용

6·2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3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사의 보고를 받으면서 “성찰의 기회로 삼자”고 말한 게 외부에 알려진 전부다.

당초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7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소회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연설을 하지 않은 데 이어 이번 연설도 그냥 건너뛰기로 했다고 한다. 4, 5일 이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 때문에 녹화를 할 물리적인 여유가 없어서라고 하지만 실제론 선거 패배의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 만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전달할 수석비서관들조차 자신의 거취가 걸려 있는 만큼 몸을 낮추고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7일 오전 예정된 정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한 언급을 할 수는 있지만 외부에 공개되는 메시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통령이 ‘숙고 모드’를 거쳐 내놓을 카드에 쏠리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인적 쇄신이 1순위 선택이라는 데 그다지 이견이 없다. 선거 전에 일부 부정적 징조가 있었음에도 관련 참모들이 이를 가볍게 여기며 낙승을 기대했던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실장과 함께 몇몇 수석비서관이 옷을 벗을 것이라는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인사 시기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인 다음 달이 거론되지만 가급적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 실장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후임으로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 중 하나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증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측근을 다시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를 택하는 것은 정권에 다소 부담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적 쇄신과 병행해 검찰과 군 개혁에 속도를 냄으로써 정권의 변화와 반성을 요구하는 민심을 다독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정기조 전반의 재검토와 방향 선회는 좀 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만큼 우선은 이미 예정돼 있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실 주도의 검경개혁 태스크포스(TF)에 민간인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립적인 명망가들을 영입해 TF의 객관성을 높이고 이번 개혁 작업이 단순히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게 아님을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성이 늦어져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스폰서 검사 검찰 자체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정식으로 발족해 활동에 착수할 계획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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