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의 후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여야 내부에선 ‘세대교체론’의 물결이 일고 있다. 당장 임박한 당 지도부 개편이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참패로 당 쇄신 요구에 직면한 한나라당에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20, 30대 젊은 유권자와의 ‘소통 실패’가 이번 선거 패인”이라며 젊은 지도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한 40대 역할론이 앞으로 7·28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까지 확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 따끔한 민심 맛본 한나라 당내 초선의원 긴급모임 “20, 30대와 소통실패가 패인 전대 젊은지도부 구성을” “선거
같이 치르고 책임회피” 중진들은 시큰둥한 반응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 23명은 현충일인 6일 긴급 회동했다. 7일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초·재선 의원들의 참여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또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새 인물을 밀겠다고 밝혔다. 인적 쇄신을 앞세운 세대교체 드라이브에 나선 것이다.
○ “변해야 산다” 목소리 커진 초·재선
세대교체론의 물꼬는 당내 초선 의원들이 텄다. 이날 초선모임에 참석한 구상찬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이 또 나온다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성호 의원도 “20, 30대가 투표하지 않기를 바라는 정당은 비전이 없다”며 “젊은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당을 이끌었던 중진의원들의 전대 출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셈이다.
김성식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도부에 초선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넣어야 한다”며 “초선이 단호하게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양석 의원도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면 초선들의 노력이 (당 안팎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시간을 앞당겨 정풍(整風)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주로 수도권 의원이 참석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정태근 의원은 “9일 영남권과 중부권, 비례대표 초선의원까지 확대해 모임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7일 예정된 의원 연찬회 및 의원총회에서 초·재선 의원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김무성 원내대표 등 중진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번 모임은 과거 쇄신운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특정 계파나 성향 의원들의 모임이 아니라 한나라당 초선 전체가 힘을 합치는 모임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당내에선 소장파 그룹과 젊은 개혁적 인사들의 전대 출마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한 원희룡 나경원 의원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이 ‘새 얼굴’로 거론되고 있다.
○ “누가 새 인물이냐” 시큰둥한 중진
세대교체론이 당내에서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당의 중심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조 소장파’로 불리는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은 이번 선거에서 인재영입위원장과 당 사무총장으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다.
또 상당수 초선 의원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벌어졌을 때마다 최전선에서 대리전을 치렀다는 점에서 “초선 의원이라고 개혁적이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초선 모임에 참석한 김동성 의원은 “새로운 사람을 지도부에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파적 색채를 띠는 모든 모임을 해체하고 당이 청와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에 초·재선 의원을 참여시키라는 요구에 대해 “비대위는 경험 많은 중진들로 구성하는 게 좋다”며 초·재선 의원들의 참여에 선을 그었다. 세대교체론에 대한 당내 부정적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토양이 바뀌지 않았는데 새 나무를 심는다고 잘 자라겠느냐”며 “인물 교체보다 당청 관계 변화, 계파 해체 등 당의 근본적인 운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민심 업고 급가속 민주당 ‘차기 주자군’ 새 구도 송영길-이광재-안희정 부상 ‘新 40대 트로이카’ 불리기도 김민석등
최고위원 출마채비 “기성세대와 비슷” 비판론도
6·2지방선거에서 40대가 민주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내면서 민주당 내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근원지는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1963년생),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이상 1965년생) 등 이번에 승리한 40대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친민주당 성향인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도 51세(1959년생)다.
이들은 중앙 정치에서는 다소 멀어졌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적 대척점에 서서 존재감을 키워나갈 기회를 잡게 됐다. 당내 기존 리더들과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차기 대선주자군을 형성해갈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와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이미 선거과정에서 “지역에서 큰 인물을 내달라”며 대권을 향한 꿈을 내비쳤다.
이들의 당선은 ‘기존 상품’으로 승부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진 것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민주당이 그간 뚜렷한 차세대 리더가 부족해 ‘불임(不姙)정당’이란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새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차세대 리더 그룹이 아쉬운 실정이었다. 당 일각에선 1970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등장했던 40대 기수론에 빗대 이들을 ‘신(新) 40대 트로이카’로 치켜세우기도 한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거 승리로 인물 문제는 해결됐고 오는 2012년 정권교체 가능성도 확실해졌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체질을 젊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야권의 40대가 선전한 것은 정권 견제론과 함께 차세대 리더론이 상승 작용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당 안팎에선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기존 ‘거물’들이 이번 선거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장 7월 또는 8월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차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당내 40대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우선 당권파 중에서는 김민석 최고위원과 우상호 대변인, 임종석 전 의원 등의 최고위원 출마설이 돈다. 비당권파 측에서는 동교동계 대변인 격인 장성민 전 의원이 뛰고 있다.
당권 재도전을 기정사실화한 정세균 대표는 측근인 김 최고위원 등을 지원할 태세고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노갑 전 의원은 장 전 의원의 당선을 위해 전국 순회 지원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이들의 각축은 계파 대결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내 40대 앞에 놓인 벽은 상당히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주로 ‘386 세대’로 불리는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17대 국회와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지만 기성 정치인 세대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운동권 특유의 편협성과 이념적 치우침도 정치인으로서는 취약점으로 꼽힌다. 개혁성과 쌍두마차 격인 도덕성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으로 지목된다. 안희정 당선인은 2004년 47억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복역하다 특별사면복권됐고, 이광재 당선인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벌금 600만 원과 추징금 7억2000만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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