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이번 주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연기됐고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에는 천안함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빠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구가인 앵커) 대북 조치를 두고 정부나 미국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천안함을 둘러싼 국제 공조의 키 플레이어인 미국과 중국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정안의 글로벌 스코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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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및 관련 그림: 5월 24-26일/ 중국 베이징 제 2차 미중 경제전략회의)
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한국 정부의 최종 발표 결과가 공개된 지 불과 나흘 뒤 열린 미중 전략대화.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천안함 후속 조치를 두고 양국은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베이징에 전 세계의 눈이 쏠렸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과 이에 맞선 중국의 신중론. 양측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금 다릅니다.
저서 '북한의 선택' 등 다량의 북한 관련 연구를 통해 한반도 전문가 겸 워싱턴 외교소식통으로 알려진 스테펀 해거드 미국 캘리포니아 대 샌디에이고(UC 샌디에이고) 교수는 신중한 미국 내 기류를 전합니다.
(전화 인터뷰)스테펀 해거드/UC 샌디에이고 국제대학원 교수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 행정부도 조사 결과를 신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건의 경위, 기술적 부분 등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다."
천 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미 행정부가 확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며 민간 합동 조사단에 중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최근 2주여 중국에 머물며 고위급 정부 관계자들과 학자들을 만나고 방한한 랠프 코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대표적 대북 강경파. 하지만 그 역시 같은 우려를 전합니다.
(인 터뷰)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 "중국에 합동 조사단에 참여하라고 제안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북한을 의식해 중국은 어차피 이 같은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중국을 배제시켜 그들이 이제 조사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했다."
(인터뷰)이동민/싱가폴 난양 공대 국제문제 연구소 연구원 "천 안함 조사에 중국이 배제 됐다는 점을 중국이 강조하고 따라서 이들은 믿을만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 한국의 지방선거 이후에라도 긴장 국면이 다시 조성된다면 중국은 (한국 중국 러시아 북한) 4개국 공동 조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긴장 국면에 제동을 걸 것이다."
한편 미중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북중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분석에는 회의적입니다.
(전 화인터뷰)스인홍/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특히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베이징과 평양 간 일체의 교류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 후속 협의를 위해 평양과 베이징을 왕래하는 양국 고위급 관리나 실무진은 현재 전무하다."
(기자 질문)그렇다면 북중 관개 개선을 위한 양 측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
(전 화 인터뷰)스인홍/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북한이 중국의 요구 사항에 대해 전혀 반응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김정일이 정상회담 후 북한으로 돌아간 지 얼마 후 핵융합 기술을 완성시켰다고 북한 언론을 통해 선전한 것 역시 중국의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없다."
(인터뷰)랠프 코사/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 내정이나 외교에서의 중대 문제에 대한 수시 혹은 주기적 의사소통 등 5개 항목을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제안했다지만 이후 북한 언론은 그 내용조차 소개하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에 동의했다는 사인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은 제한적인 대북 영향력을 재확인했고 미국은 북핵 문제 외에도 위안 화 절상, 이란 핵 문제 등을 놓고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이 한반도 내 긴장 완화가 일단은 최우선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대북 제재에 대한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전화 인터뷰)스테펀 해거드/UC 샌디에이고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 조치는 제한적이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군사적으로 지지하고 미국의 한반도 내 확고한 억지위협(deterrent threat) 의지 등을 천명하는 정도다. 결국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 장관이 최근 중국 방문 뒤 언급한 '전략적 인내'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자는 의미다."
(전 화 인터뷰)스인홍/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현 상황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자 질문)그럼 중국과 미국은 이번 천안함 사태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일종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뜻인가?
(전화 인터뷰)스테펀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국제대학원 교수 "현재 워싱턴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와는 매우 상반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수개월 내, 어쩌면 그 보다 빨리 천안함 사태는 잠잠해지고 북한과의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조적인 대북 정책 기조를 보여 온 중국과 미국. 그러나 현재의 목표가 같다면 같은 배를 탄다는 것이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입니다.
(인터뷰)랠프 코사/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 (이번 방중 기간 만난) 중국 관리들은 북한 붕괴 사태는 물론 예측 불허의 북한 행동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듯 했다. 그들은 또 북한에 대한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한 중국학자는 이렇게 말하더라. '우리에게 북한은 중국판 이스라엘과 같다'라고."
국익을 위해 때론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 이스라엘에 대한 포용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미국처럼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같은 태도라는 설명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적어도 천안함 후속 조치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상당한 공감대를 나누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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