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시기 기싸움 뒤에 숨은 방정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친박 “재보선 전에” 이재오 당권 견제?
친이 “재보선 후에” 6·2 책임론 회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7일 의원총회가 끝날 무렵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 의원들의 생각을 묻는 거수투표를 실시했다. 자리에 있던 의원 70여 명의 의견은 ‘예정된 대로 6월 30일∼7월 2일 실시’와 ‘7·28 재·보궐선거 이후로 연기’ 주장으로 팽팽히 맞섰다.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에는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 초선과 중진의 엇갈리는 당 쇄신 논의 등이 녹아 있다.

○조기 전대로 주류 견제?

예정된 일정대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개혁성향 초선 의원들 모임인 ‘민본21’은 당 쇄신 논의에 주력하기 위해 당초 일정보다 늦추되 7·28 재·보선 전에 하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당의 조속한 안정과 효과적인 당 쇄신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불안정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재·보선 이후까지 끌고 갈 수 없고, 시간이 늦춰지면 당 개혁의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진 의원은 8일 “전당대회가 8월로 넘어가 버리면 당 쇄신의 동력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주장엔 이번 지방선거에 깊숙이 관여한 주류 친이계 인사들의 전대 출마를 견제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28 재·보선에서 당선될 경우 전대에 나올 것이라는 의구심도 있다.

○지방선거 책임론 희석?

쇄신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정태근 의원과 이에 동조하는 수도권 초선 의원들,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진수희 의원 등은 재·보선 이후로 전대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기론의 명분은 우선 구체적인 당 쇄신 방법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새 지도부가 구성되더라도 7·28 재·보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경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됐다. 6월 월드컵 열기에 8월 휴가철인 점을 고려해 아예 전대를 8월 말까지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선 전대 연기론이 당 주류들의 6·2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희석하는 것 등을 포함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은 9일 비대위를 구성해 전대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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